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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교과서 알박기' 또 드러나

2025년부터 중·고생이 공부할 역사 교육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라는 설명이 빠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26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이 배울 사회과 교육과정 시안에서는 '대한민국 수립'이 아예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6·25 전쟁의 '원인과 과정'을 서술하라는 지침도 사라졌다. 이 교육과정이 확정되면 학생들이 정규 교육과정에서 처음 한국사를 접하는 초등학교 시기에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가 지난 30일 인터넷에 공개한 '2022년 개정 초등학교 사회과 교육과정 시안'을 보면, '식민 통치, 전쟁이 바꾼 사회와 생활' 단원의 성취 기준에서 일제 식민 통치와 광복, 6·25 전쟁을 언급했지만, 대한민국 수립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만든 교육과정에는 '광복 이후 대한민국 수립 과정을 살펴보고 대한민국 수립의 의의를 파악한다'고 돼 있고, 문재인 정부는 같은 부분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이번 시안은 이 부분이 아예 빠진 것이다. '성취 기준'은 학생들이 꼭 배워야 할 학습 주제를 짚어주는 것으로, 교과서 집필자들은 이 성취 기준을 교과서에 반영한다.

그뿐 아니라, 6·25 전쟁에 대한 설명도 크게 바뀌었다. 현행 교육과정은 '성취 기준'으로 '6·25 전쟁의 원인과 과정을 이해하고 그 피해상과 영향을 탐구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시안은 '광복과 6·25 전쟁이 사회와 생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고 돼 있다. 원인과 과정을 알아보자는 내용이 빠진 것이다.

교육부는 이렇게 교육과정의 서술이 변한 것에 대해 "초등 사회과목의 학습 분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내용을 크게 줄였고, 정치사보다는 생활사 중심으로 교육 방향을 크게 전환했기 때문에 해당하는 부분들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시안의 성취 기준은 현행 교육과정상 77개에서 49개로 크게 줄었다. 또 과거에는 성취 기준에 '광복을 위해 힘쓴 인물'로 이회영·김구 등을 예로 드는 식으로 세세한 부분을 언급했지만, 이번 교육과정은 학습 부담을 줄이고 교사들에게 자율을 주기 위해 이런 인물 예시도 다 뺐다. 하지만 학습량을 줄이더라도 대한민국 수립이나 6·25 전쟁의 원인과 과정처럼 중요한 부분까지 빠진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성취 기준에 없으면 교과서 집필자 성향에 따라 그 내용을 생략하거나 제대로 설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인현 대구교대 명예교수는 "학습량을 줄이더라도 한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대한민국 건국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면서 "교육과정 내용을 줄여야 한다면 더 면밀하고 치밀하게 논의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6·25 전쟁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대한민국 건국이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이를 교육과정에서 빼버리면 아이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갖추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 시안은 정책 연구진의 안이고 앞으로 의견 수렴을 통해 고쳐나가겠다"면서 "대한민국 수립이나 6·25 전쟁의 원인 등 성취 기준에서 빠진 게 있다면 추후 집필기준 등에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김연주 기자 김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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