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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도미노처럼 이어진 친절

    현혜원 카피라이터 겸 서퍼

    발행일 : 2022.08.31 / 문화 A2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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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힘든 월요일 아침이 있다. 제주 집에서 새벽 첫 비행기로 출발해 서울 집에 짐을 내려놓고 부랴부랴 출근해야 하는 월요일 아침이 그렇다. 자율 출근제 덕분에 출근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지만 언제고 늦장 부릴 순 없으니 캐리어를 들고 지하철 계단을 마구 뛰어오르고 내리며 한 주를 시작하곤 한다.

    지난 월요일,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캐리어를 들고 몇 계단을 올랐을까, 지나던 아주머니가 다가오시더니 "같이 들어요"라며 손잡이를 잡으셨다. 한사코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안 돼, 이거 무거워"라며 지상까지 함께 올라오셨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작은 손잡이를 함께 부여잡고 있었다.

    서핑을 한 이후 고향 친구들에게 '어깨가 넓어졌다' '삼각근이 발달했다' 등의 이야기를 들은 바로 다음 날의 일이었다. 나의 덩치(?)와는 상관없이 아주머니 눈에 나는 그저 무거운 걸 혼자 들고 가는 젊은 여자였나보다. 이전에도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를 때 종종 도움을 받곤 했는데, 재밌는 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 대부분이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란 점이다.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은 나 역시 그들과 같기에 문제없이 짐을 옮길 거라 생각하지만, 어르신들은 무거운 짐을 들고 얼마나 힘든지를 떠올리고 공감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리라.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옮긴 캐리어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며칠 전 한 골목 식당을 찾던 대리 기사님에게 길을 알려준 기억과 나 역시 대학 시절 낯선 서울 길을 찾으며 도움받았던 일들을 떠올렸다. 언젠가는 길에서 일어서지 못하는 할머니를 도와드린 적 있었고, 비를 맞으며 걷는 나에게 지나던 이가 우산을 씌워준 일도 있었다. 나도 그날 이후 모르는 이에게 우산을 씌워주었지…. 사람의 온기(溫氣)라는 건 이런 방식으로 이어지며 세상을 감싸고 있던 모양이다. 내가 아주머니에게 받은 도움은 다시 누군가에게 전해야 할 따스한 '도미노' 블록이었다. 우리는 따스한 도움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기고자 : 현혜원 카피라이터 겸 서퍼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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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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