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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8월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2) 김나현 '휴먼의 근사치'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 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

    발행일 : 2022.08.31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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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일간의 비, 세계가 잠겼다… 삶이, 아니 인류가 달라졌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가 8월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이달 독회의 추천작은 2권.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진연주), '휴먼의 근사치'(김나현)입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에 싣습니다.

    세상이 모두 잠길 듯 쏟아붓기 시작한 비가 70일간이나 이어졌을 때, 달라진 것은 물에 잠겼던 세계만이 아니었다. 그 후 '70일간의 비'라고 명명될 이 대재앙 이후, 간신히 살아남은 인류의 삶이 또한 바뀌었다. 인간과 인간 아닌 것의 경계에서 살아가게 된 사람들. 유지를 위해 통제를 선택한 사람들. '휴먼의 근사치'라는 이 소설의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소설에서 인간성에 대한 질문은 고작, 어쩌면 간신히, 그 근사치에 대한 질문으로서만 그 의미를 유지할 뿐이다.

    이 소설은 2021년에 등단한 신인 작가 김나현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준비되어 있는 작가였던 듯싶다. 대재앙, 인류 종말 등의 낯설지 않은, 조금은 진부할 수도 있을 SF 소재를 치밀하고 단단한 서사로 펼쳐 놓는다. 대재앙 이후, 생존한 사람들은 전과는 다른 계급 구조로 편성되어 강력한 통제 사회에서 살게 되는데, 그중 폭우 이전의 구 세계에서 상영되었던 필름을 복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주인공 역시 그중 한 사람이다. 이른바 태거. 유실된 과거 영상을 복원하여 그 영상에 어울리는 문구를 태깅하는 사람. 일종의 키워드를 만드는 사람.

    왜 하필 구시대의 필름일까. 그리고 스토리의 복원일까. 그리고 키워드일까. 이 질문의 요체가 무엇일까를 이해하는 것은 그 질문에 먼저 도달하는 존재가 휴먼일지, 비휴먼, 즉 안드로이드일지를 추적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존재는 무엇으로 규정되는가. 물질의 형태인가, 사유의 형태인가.

    소설의 말미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모든 것을 기억할 수도 있고, 모든 것을 후회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인간이 아니었다." 이 문장은 문장 바깥의 뜻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 중의 한 부분이 기억과 후회의 문제일 수도 있겠으나, 바로 그 때문에 인간은 끔찍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다시 인간이 인간이라고 규정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치밀한 스토리, 반전, 여운이 남는 결말 등을 반듯한 문장이 받치고 있는 것도 미덕이다.

    ☞김나현

    2021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휴먼의 근사치'는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기고자 :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 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28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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