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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선택 1년… 김포 택배점주 이름 딴 장학금 마련

    곽래건 기자

    발행일 : 2022.08.31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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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포지역 택배점주들 뜻 모아
    택배기사 자녀 23명에게 지급

    경기도 김포에서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던 이모(당시 40세)씨가 민주노총 택배 노조원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지 30일로 1년이 지났다. 이씨는 "(노조의) 불법 태업과 업무방해로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너희들(노조원)로 인해 죽음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있었단 걸 잊지 말라"는 유서를 남겼다.

    이씨가 운영했던 대리점 구역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아내 박모(41)씨는 택배 배달은 하지 않고 배송 물건을 모아 발송하는 집화(集貨) 대리점으로 축소해 생계를 잇고 있다. 많은 거래처를 노조원들이 가져갔고, 배송 업무를 하지 않으니 수입도 크게 줄었다.

    이씨가 숨지기 석 달 전인 작년 5월, 그가 운영하던 택배 대리점 기사 일부가 민주노총 택배노조에 가입했다. 이후 괴롭힘이 시작됐다. 택배 배송을 거부하고, 단체 채팅방에서 돌아가며 입에 담기 어려운 폭언과 욕설 등을 하며 이씨를 조롱했다. 이씨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뒤에도 택배노조는 "이씨가 빚이 많았다"며 이씨 사망이 자신들 때문이 아니었다고 버티거나, "월 5000만원을 버는 비리 소장이었다"는 등 갖가지 거짓 사실을 유포했다.

    이씨가 유서를 통해 고발했던 조합원들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이다. 조합원 14명이 모욕,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고발당했지만, 이 중 2명만 정식 기소됐고, 가담 정도가 약한 2명은 약식 기소됐다. 나머지 10명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아내 박씨는 택배 물건을 11t 트럭에 싣는 상차 작업을 매일 직접 하고 있다. 오전 11시쯤부터 밤 10시~새벽 1시까지 일한다. 대리점 관계자는 아내 박씨에 대해 "겉으로는 강하게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옆에서 보면 힘든 걸 애써 감추고 있는 모습이 역력해 안쓰럽다"고 했다. 박씨는 대리점이 문 닫는 주말 "아이들 간식값이라도 벌어야 한다"며 하루종일 자석에 스티커를 붙이는 부업을 하고 있다.

    가족들이 기존에 함께 살던 아파트는 팔았고, 전세로 이사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7살 막내를 매일 저녁 집에 데려와 목욕시키는 것은 중학교 1학년인 둘째의 일이 됐다. 중학교 3학년인 첫째는 매일 막내를 양치시킨다. 아이들은 전과 달리 뭘 더 사달라거나 놀러가자고 떼쓰지 않는다고 한다. 박씨는 "남편을 원망하지 않는다. 좀 더 오래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서 아쉽다"며 울먹였다.

    김포 지역 다른 택배 대리점 사장들은 숨진 이씨 이름을 딴 장학금을 만들어 매달 5만~10만원씩을 모았다. 지난 28일 가진 이씨의 1주기 추모식에서 택배 기사 자녀 23명에게 30만원씩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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