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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들 잇단 극단선택… ＂심리적 지원 대책 절실＂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가가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의 심정으로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광주광역시에서 보육 시설을 나와 자립 생활 중이던 '자립준비청년' 10대 2명이 잇따라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사건이 일어나자 대책을 촉구한 것이다. 정부도 이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경제적 지원에 집중할 뿐 심리적·정서적 지원은 미진하다는 지적이 많다.

보육원이나 위탁 가정에서 생활하던 아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500만원가량 자립 지원금을 받고 사회로 떠밀려 나오게 된다. 올 6월부턴 만 24세까지 이를 연기할 수 있도록 했지만, 18세가 되고도 보육원에 계속 남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자립준비청년이 많아 신청 자체가 적다.

문제는 갑자기 홀로 사회 속으로 뛰어들게 된 이들 대부분이 경제적·심리적 고충을 동시에 겪는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0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 조사'를 보면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최저임금(179만원)보다 적은 127만원이다. 3분의 2는 생계급여(40.1%)·자립수당(22.3%) 등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며 생활해야 했다. 조사 대상자들 나이가 평균 21.3세인데 절반은 삶이 고단해서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다"고 했다. 20대 자살 생각률 14.8%의 3.5배 수준이다. 자립준비청년을 돕는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는 "평소 만나는 자립준비청년들은 10명 중 8명꼴로 우울증, 공황 등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보육원에선 엄격한 규칙에 따라 생활하던 이들이 목돈 수백만 원을 들고 사회로 나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변화는 감당하기 쉽지 않다. 반면 도움을 요청할 곳은 마땅치 않다. 보육원 등에 있는 '자립지원전담요원'이 도움을 주지만 충분하지 않다. 이 요원들은 만 18세가 되기 전 보호 아동, 18세를 넘은 자립준비청년 모두를 담당한다. 2020년 기준 전국 자립 지원 전담 요원은 267명. 이들이 자립 준비 보호 아동 9964명과 보호가 종료된 지 5년 이내인 자립준비청년 1만2843명을 맡는다. 자립 지원 전담 요원 1인당 85.4명을 담당하는 셈이다. 잡다한 행정 업무 부담도 크다. 이 때문에 자립 준비 전담 요원들이 홀로 지내는 자립준비청년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고민을 상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 지원 멘토링 사업은 지난해 기준 멘토 30명 수준 '바람개비 서포터즈'가 사실상 전부다. 이 사업은 보호 종료 후 5년 이내인 자립준비청년들이 멘토 교육을 받으며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자립을 앞둔 보호 아동들에게 경험도 나누는 자조 모임이자 멘토링을 해주는 사업이다. 그러나 사람이 부족하다. 보육원에서 자라 멘토로 활동 중인 신선(30)씨는 "멘토링이나 자조 모임이 자립 준비에 큰 도움이 되는데도 민간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자립준비청년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자립 수당 인상(월 30만원→35만원)과 지급 기간 연장(3년→5년) 등 경제적 지원에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심리적·정서적 지원 대책은 2022년까지 자립 지원 전담 기관 전국 17개 시도 확대 운영(기존 8곳), 자립 사후 관리 전담 인력 120명 충원, 바람개비 서포터즈 확대(1개→권역별 6개·멘토 120명 확충) 운영 등이라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립 지원 전담 기관은 17곳을 계획했지만 아직 12곳만 생겼고, 120명까지 늘리겠다던 자립준비청년 전담 인원은 88명, 바람개비 서포터즈 멘토는 70명 확충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의지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회적 가족'이나 '의미 있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픽] 사회에 나온 자립준비청년 수 기고자 :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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