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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는 각종 유물과 유적지가 많아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린다.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이 있고, 135개의 지정 문화재와 5진·7보·54돈대의 국방유적 등이 곳곳에 분포해 있다. 강화갯벌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찬란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은 강화의 자랑이다. 하지만 이런 유산들이 때로는 강화의 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문화재보호법상 지정문화재의 경우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이내를 역사문화관광 환경보존지역으로 지정하고 개발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당연히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어렵다. 게다가 관정, 도시가스관, 상하수도, 전기 지중화 등 굴착 작업이 필요한 공사를 할 경우 매장문화재 협의와 문화재 현상변경 협의를 거쳐야 한다. 공공기관이 사회간접자본시설 등 각종 인프라 사업을 진행할 때도 공사 중 유물이 나오면 정밀발굴조사, 문화재 보존심의, 공사설계변경 등으로 이어지면서 공사가 중지되거나 지연되기 일쑤다.

최근 강화군이 시행하는 한 도로개설공사의 경우 2020년 9월 시굴 조사 과정에서 고려시대 생활유적지와 유물이 발견됐는데, 정밀 발굴조사가 추가돼 조사기간이 2022년 9월까지 2년 연장됐다. 조사비용도 당초 5400만원에서 9억3000만원으로 증액될 전망이다.

또 인천상수도사업본부에서 시행하는 노후관 교체사업은 2022년 5월 강화 외성문화재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현재 우회노선을 찾고 있다.

고려 왕조의 항몽시기 왕궁이 있던 강화읍에서는 "땅을 파기만 하면 유물과 유적이 나오니 개발행위 자체가 불가능해 건물은 점점 노후화되고 읍내 발전이 안되고 있다"는 주민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강화읍내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문화재청 입장에선 강화군의 문화유산이 일거리의 보고(寶庫)이겠지만, 군민들에게는 애물단지일 뿐"이라며 "강화군민들은 오랜 기간 문화 제일도시의 자긍심만으로 온갖 불편을 감수해 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강화군 관계자도 "강화군은 문화재보호법 뿐만 아니라 수도권정비법, 군사보호구역 등 이중삼중 규제를 받고 있는데 문화재청은 그동안 강화군민들과 상생을 위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소위 '왕릉뷰 아파트'가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며 김포 장릉 인근에 건설 중인 아파트 19개 동에 대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가 이에 반발한 건설사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한 바 있다. 게다가 건설사들이 낸 공사중지 명령 집행정지 신청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공사가 이어졌고, 지난 5월31일부터 3개 단지가 속속 입주민들을 받고 있다. 문화재청이 본안 소송에 대한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지만 설사 상급심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이미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철거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입주를 마친 주민 이모씨는 "문화재청이 자신들의 행정 오류는 인정하지 않고 규정만을 앞세워 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려다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문화재 보호만큼 주민들의 거주권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화 주민들은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처럼 문화재 보호구역 내 주민들을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도 요구하고 있다. 규제만 있고 지원이 없다면 그것이야 말로 차별이고 불공정이다. 무엇보다 행정당국이 문화재 보호와 함께 지역 주민의 재산권과 거주권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해 '상생 행정'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기고자 : 고석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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