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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日 총리의 기묘한 화상회의

    성호철 도쿄 특파원

    발행일 : 2022.08.30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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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신종 코로나에 걸린 다음 날인 22일 밤,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상황을 사전 대비했다"며 "텔레워크(재택근무)로 총리 업무를 지속한다"고 말했다. 지진·해일·폭우 같은 자연 재해가 많은 일본은 불의의 상황에서 총리가 얼마나 신속하게 정상적으로 진두지휘하느냐를 리더십으로 본다. 즉각적인 온라인 업무 전환에 기시다 내각은 좋은 여론을 기대했을 것이다.

    정작 온라인 기자회견은 기묘했다. 대형 모니터에 기시다 총리가 등장하자 20명 안팎 기자들이 모니터 양편으로 나란히 늘어섰다. 평소처럼 총리가 앞으로 걸어나갈 방향을 열어둔 모습이다. 모니터 앞으로 못 나오게 막는 빨간 저지선도 보였다. 오프라인과 똑같은 도어스테핑(출퇴근길 문답) 방식을 연출한 것이다. 이후 기시다 총리는 온라인으로 각료와 관료, 정치인들과 면담·보고도 진행했다. 온라인 회의라지만 매일 10여 명씩 총리 관저로 들어와 순서대로 온라인 면담실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모니터에 나오는 기시다 총리와 만나는 것이다.

    '디지털 후진국 일본답다' '지나칠 정도로 슈르(초현실주의)하다'는 비판이 온라인상에서 들끓었다. 온라인 회의는 참석자 모두가 PC나 스마트폰으로 원격 접속하는 게 상식인데 이 방식은 총리만 온라인이었다. 내각은 "보안 문제상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광케이블이 연결된 곳은 총리가 거주하는 공저와 집무실이 있는 관저 사이뿐이다. 주요 각료회의는 철저한 보안이 필요해 일부러 부처와는 인터넷 연결을 끊었다는 것이다. 니혼TV는 "각료회의는 그렇다 해도, 기자회견은 공개하기 위한 목적이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온라인 기자회견 때 본인이나 기자나 모두 원격 접속한다.

    논란 속에 24일 온라인 도어스테핑에서 사고가 터졌다. 대형 모니터에 녹색빛 큰 얼굴의 기시다 총리가 등장한 것이다. 마치 우주인으로 분장한 개그맨 같았다. 내각은 총리 공저의 조명을 점검하느라 허둥지둥했다. '일본 정치인 중엔 꽤 많은 우주인이 존재한다'는 식의 야유가 트위터에 쏟아졌다. 이렇게 준비 부족인데도 기시다 총리는 확진 직후 왜 자신만만했을까. 사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저와 관저 사이에 전용선도 없었다. 한 달 전 마쓰노 관방장관이 코로나에 걸리자 '아차' 하고는 전용선을 깔았다. 그나마도 없었다면 기시다 총리는 열흘간 꼼짝없이 '식물 총리'란 비판을 들었을 터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보다 엉성한 일본의 현실이라고 실소하려다가 멈칫했다. 우리는 대통령 서초구 자택과 용산 집무실 간 전용선이 깔려있을까. 자택엔 최소한 조명 시설이 갖춰졌을까. 디지털 강국에 걸맞은 대책이 서있길 바랄 뿐이다.
    기고자 : 성호철 도쿄 특파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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