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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20) 하루 10분 '조용한 가을' 즐기기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발행일 : 2022.08.30 / 여론/독자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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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란 신조어가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서 유행이란 이야기를 접했다. 송별회도 없이 조용하게 사직하는 것인가 했더니 아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본적 업무 이상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대전환 시기라 하는 지금은 조직과 개인에게 더 큰 도전과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만큼 개인의 마음이 지친, 번아웃 시기이기도 하다.

    '꿈이 커야 최선을 다하기에 성공한다'는 공식이 그른 이야기는 아니지만 요즘엔 피로감으로 더 다가온다. '허슬 문화(Hustle Culture)'는 개인 생활보다 업무를 중시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는 문화를 일컫는다. 허슬 문화와는 대비되는 조용한 사직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번아웃 시기에 개인의 마음 건강과 삶의 웰빙에 관심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조용한 사직의 유행에 우려와 함께 기업 차원에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직장인의 25%가 조용한 사직자를 선택했다는 해외 통계도 있다. 허슬 문화와 조용한 사직 중 무엇이 옳은가보다는 균형이 중요하다. 마음 관리는 '내 마음과 소통(Mindful communication)'하는 일이다. 내 마음과 균형 잡힌 소통이 필요하다. 잘못하면 회사에선 조용한 사직을 억지로 실천하려고 애쓰다 마음이 지치고, 퇴근 후엔 열심히 일할걸 그랬나 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에 마음이 한번 더 지칠 수도 있다.

    객관적 상황에 비해 주관적 행복감이 상대적으로 더 감소했다는 호소를 듣는다. 번아웃이 찾아오면 행복의 역치가 올라갈 수 있다. 과거에 기분 좋게 느껴졌던 것에 무관심해진다.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세요'란 질문을 할 때가 있다. 가을이 찾아옴이 느껴지고 아침과 밤에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면 내 마음이 유연하게 작동하고 있는 증거다. 특별한 경험이 아닌 듯한데 의외로 가을이 오고 있는 줄 몰랐다는 이도 많다. 마음이 지쳐 행복의 역치가 올라가서 그럴 수 있다.

    '소탈해야 성공한다'가 가능하다. 감성적으로 작은 것에서도 즐거움과 감사함이 느껴질 때 찾아오는 긍정 에너지가 일을 하는 데 필수적인 창의, 긍정, 그리고 공감 등으로 전환된다. 잘 일하기 위해 잘 쉬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과 삶, 모두가 독립적이고 중요한 인생의 요소이면서 긍정 에너지로 상호작용한다.

    조용한 사직은 바쁜 내 마음에 잠시 웃음을 주는 '메타포'로도 가치가 있다 생각된다. 그런데 구체적 행동이 나에게 더 위안을 줄 수 있다. 하루 10분이라도 '조용한 가을' 즐기기를 권한다.
    기고자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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