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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당 스틸 19개… 18세 대도(大盜)들이 대박 냈다

    이영빈 기자

    발행일 : 2022.08.30 / 스포츠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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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U-18 농구, 일본 꺾고 22년만에 아시아선수권 우승

    경기 종료 7분 전부터 이상한 장면들이 포착됐다. 일본 선수들이 한국 골밑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장신 파워포워드 가와시마 유토(17·201㎝)를 포함해 5명이 전부 3점 라인 밖에 서 있을 뿐이었다. 한국엔 2m가 넘는 선수가 코트 위에 없는데도 그랬다.

    지역방어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밀집 수비 때문이었다. 한국의 가드들이 빠른 손과 발로 일본이 패스하는 길목을 곳곳에서 차단했다. 공을 잡고 골밑으로 들어오면 에워싸서 공을 긁어내 속공으로 연결했다. 일본 선수들은 한국의 '개미지옥'에 발을 내디딜 자신이 없었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외곽 슛을 줄곧 시도하다 패배하고 말았다.

    ◇22년 만에 정상

    한국 18세 이하(U-18) 남자농구 대표팀이 28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제26회 국제농구연맹(FIBA) U-18 아시아 남자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일본과의 결승에서 77대73으로 승리했다. 경기 초반 10점 차로 끌려갔지만, 끈질긴 수비로 상대 공격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해 방성윤이 이끌었던 2000년 대회 이후 22년 만에 아시아선수권 정상에 등극했다.

    U-18 대표팀을 맡게 된 이세범(용산고 코치) 감독은 이번 대회 승부수로 '스틸'을 앞세운 빠른 공격을 택했다. 높이 때문이었다. 대표팀에 발탁할 만한 키 큰 선수가 유민수(201㎝)뿐이었고, 그마저도 정통 센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대회까지 주어진 연습 기간도 2주에 불과했다. 경쟁 상대인 일본이나 중국은 1년에 4번 정도 소집해 호흡을 맞춘다.

    ◇'대도' 이채형이 이끄는 밀집 수비

    반신반의로 시작했던 전술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특히 주장 이채형(18·용산고)의 빠른 손이 주효했다. 이훈재 남자 농구 대표팀 코치의 아들인 이채형은 소속 팀인 용산고에서도 손이 빠르다고 인정받고 있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이채형은 첫 경기였던 인도와의 조별리그 경기(100대63 승)에서 13점 10어시스트와 함께 10스틸로 트리블더블(세 개 부문 두 자릿수)을 해냈다. 보통은 3~4개를 해도 인정받는 스틸을 10개나 기록했다. 그는 중국과의 준결승전(89대85 승)에서도 또다시 10스틸로 중국의 공격을 무너뜨렸다. 대회 올스타 5(베스트 5)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채형은 정작 "확실한 순간에만 스틸을 시도해야 하는데, 냉정함을 잃고 달려들어 파울을 많이 범했다"고 아쉬워했다. '대도(大盜)' 이채형이 이끄는 도둑 군단 한국은 이번 대회 참가 팀 중 가장 많은 스틸을 기록했다. 한 경기 평균 19.0개로, 2위 대만(15.8개)과 큰 격차(3.2개)다. 우승 후보들을 줄줄이 꺾어낸 것도 스틸 덕분이었다. 8강 이란전(15-4·66대65 승), 4강 중국전(18-6) 결승 일본전(13-8)에서 상대보다 스틸을 최소 5개 더 많이 해냈다.

    ◇'전천후 슈터' 이주영

    한국의 공격은 이주영(18·삼일상고)이 이끌었다. 한국 동년배 최고 기량으로 평가받는 이주영은 본인이 아시아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걸 증명했다. 상대가 떨어지면 외곽 슛을 던지고 붙으면 빠르게 빠져나와 레이업을 올려놓는다. 한국에 확실한 공격 자원이 이주영밖에 없는 탓에 수비가 이중삼중으로 붙었지만, 이주영은 반박자 빠른 드리블로 모두를 따돌리고 번번이 득점했다.

    이주영은 경기당 약 37분을 뛰면서 23.2점을 뽑아내 득점왕, 올스타 5에 올랐고, 최우수선수(MVP)도 수상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농구를 보여준 것 같아서 기쁘다"며 "많은 분이 응원해주시는 만큼 앞으로도 더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강동희 전 원주 DB 감독의 장남 강성욱(18·제물포고)도 대회 내내 이채형과 이주영을 받쳐주는 든든한 살림꾼 역할로 우승에 기여했다. 한 경기 평균 11.8점 4.4리바운드 4.2어시스트를 올렸다. 그는 중국을 상대로 한 준결승에서 26점으로 승리의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그래픽] 우승 이끈 18살 동갑내기 가드 셋 / 골밑 열세를 스틸과 조직력으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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