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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팬데믹 : 여섯 개의 세계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발행일 : 2022.08.29 / 특집 A2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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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염병 속 부모 유골함 받기 어려워도 서로 손 내밀며 나은 내일 기다립니다

    김초엽 외 지음|출판사 문학과지성사|가격|1만3000원

    이 책은 전염병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 모음집입니다. 김초엽, 듀나, 배명훈, 정소연 등 6명의 SF(과학소설) 작가의 작품이 실려 있지요. 이처럼 문학작품을 하나의 작품집으로 모아놓은 것을 '앤솔러지'(Anthology)라고 해요. 이 책은 크게 '멸망'(Apocalypse), '전염'(Contagion),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세 가지 챕터에 각각 두 편의 소설을 묶어서 소개합니다.

    그중 듀나 작가의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은 전염병 아포칼립스(종말) 소설입니다. 바이러스 등의 전염병으로 인한 인류 멸망을 그린 작품인데요.

    공전과 같은 주기로 자전하는 이 행성에는 살 수 있는 곳이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고래의 등 위'밖에 없어요. 대륙은 온통 타는 듯이 더운 모래사막이거나,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 고래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고래병으로 삶의 기반인 고래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해요. 이에 죽은 고래를 떠나 새로운 터전을 찾아가는 '나'의 모험이 생생하게 펼쳐지는데요. 사실 고래병은 인간이 고래에게 옮긴 전염병이었어요. 소설 속 인간은 자신들이 고래와의 공생 관계를 이루며 살아간다고 생각했어요. 고래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고래에게는 인간이 견딜 만한 작은 기생충에 불과했던 거예요. 그런데 그 기생충이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기 시작했고, 결국 자신들의 삶을 위협한 거지요.

    전염병이 창궐하는 모습은 마치 코로나 팬데믹을 떠오르게 합니다. 나아가 인간 때문에 죽어가는 고래의 모습은 비단 고래뿐 아니라 인간으로 인해 병에 걸려 죽어가는 지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지요.

    김이환 작가는 작품 '그 상자'에서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따듯한 일상 이야기를 풀어내는데요. 주인공인 민준은 부모님이 전염병에 걸려 2년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안락사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이 세계에서는 감염 이후 2년이 지나도 완치가 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는 법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민준은 유골함을 받으러 나가는 일조차 조심해야 했어요. 밖은 바이러스 천지였고 민준은 전염병에 한 번도 감염되지 않아 누구와도 너무 가까이에 있으면 안 됐거든요. 이 때문에 매일 방 안에 틀어박혀 연명하는 것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었지요. 민준은 항체가 있는 자원봉사자로부터 유골함을 받게 되는데요. 작품은 둘 사이가 가까워지며 일어나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이 외에도 이 책은 팬데믹이 휩쓸고 간 세계에서 더 나은 내일을 기다리는 인류의 희망 등을 소개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급작스러운 변화를 겪은 이때, 재난과 그 이후를 다룬 이야기를 통해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보는 건 어떨까요.
    기고자 :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42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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