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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최고위원에 고민정 1명뿐
친명, 서울·경기 당위원장도 당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친명계로 선출되면서, 명실상부한 '이재명의 민주당'이 출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대선 직전까지 친문(친문재인)계가 다수였던 민주당 내 세력 구도는 정권 교체 직후 이 대표의 국회의원 당선, 당대표 선출 등을 거치며 5개월여 만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야당 지지층 주류도 '문파'에서 이 대표의 극렬 지지자들인 '개딸(개혁의 딸)'로 변했다. 야권에선 "문재인의 당이 이재명의 당으로 변모했다"며 "더 강경하고 선명한 노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은 28일 최고위원에 정청래(25.20%), 고민정(19.33%), 박찬대(14.20%), 서영교(14.19%), 장경태(12.39%) 의원(득표순) 등 5명이 선출됐다고 밝혔다. 비명계로 분류된 송갑석(10.81%), 고영인(3.88%) 의원은 고배를 마셨다. 최고위원 중 비명계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고민정 의원 한 명뿐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당선 후 지지자들에게 "제가 고 의원과 무진장 친하다"며 주먹 인사를 하기도 했다.

박찬대 의원은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뛰었고, 정청래, 서영교, 장경태 의원은 친명 후보를 자처했다. 새 지도부는 이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까지 포함해 7명 중 6명을 친명계가 차지했다. 이 대표는 조만간 지명직 최고위원 2명도 임명한다. 야권 관계자는 "초선인 고민정 의원이 과연 비명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3월 대선 직전까지도 친문이 판치던 민주당은 온데간데없고 '이재명의 당'으로 탈바꿈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비서실장으로 천준호 의원(초선·서울강북갑)을, 대변인으로 박성준 의원(초선·서울 중성동을)을 각각 내정했다. 두 사람 모두 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민주당 시·도당위원장도 사실상 친명이 다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시당위원장에는 '친명' 타이틀을 쥔 김영호 의원이 친이낙연계였던 전혜숙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친문 권칠승 의원과 막판까지 경쟁했던 친명 임종성 의원은 경기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민주당 한 인사는 "인천은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김교흥 의원이 시당위원장으로 당선됐지만 가장 중요한 수도권을 친명이 차지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친명계가 수도권 지역 조직을 차지한 셈이 됐다"며 "2년 뒤 총선을 앞두고 비명계의 불안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시·도당이 '이재명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 지지자들이 당원으로 대거 들어오면서 당의 하부 조직까지 친명이 장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당에 오래 몸담은 대의원 비중을 축소하는 한편, 현재 100만명 정도인 권리당원을 200만명까지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대의원은 친문이 많지만, 앞으로 들어올 권리당원은 친명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 대표 측은 최근 비명계 반발로 무산된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위한 당헌 개정도 검토를 거쳐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도권 의원은 "대선 패배 직후 이 대표의 예상 밖 빠른 복귀는 2년 뒤 총선 공천권을 행사해 '이재명 키즈'를 영입하겠다는 뜻 아니겠냐"며 "결국 문 전 대통령과 같은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2015년 당대표 선거에 나와 당선됐고, 1년 뒤 2016년 총선 때 '문재인 키즈'를 대거 영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금배지를 단 의원들이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 때마다 '문재인 지키기'를 위해 앞장섰다"며 "결국 2017년 대선에서 문 전 대통령이 승리한 원동력이 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지켜본 이 대표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래픽] 민주당 대표, 최고위원 득표율 기고자 :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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