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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수교 30년·단교 30년의 날

    정지섭 여론독자부 차장

    발행일 : 2022.08.27 / 여론/독자 A2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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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전인 1992년 8월 25일 자 조간신문은 전날 한국과 중국의 수교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1면부터 여러 면에 걸쳐 긴박했던 수교 막전 막후의 상황과 국제사회의 반응을 전했다. 그러나 이 못지않게 비중 있게 실었던 기사가 한·대만(중화민국) 단교 소식이었다. 조선일보도 사회면 톱 기사로 서울 명동 대만대사관 철수 현장을 담고 화교학교 밴드부가 연주하는 국가에 맞춰 청천백일기(대만 국기)가 내려오고 대만인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전했다.

    한·중 수교로 노태우 정부 북방정책은 정점을 찍었다.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외교·경제적 영향력은 비약적으로 커졌다. 그러나 이런 당위성과 별도로 대만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보인 모습에 대한 반성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정부가 대만에 상황의 불가피성을 알리고 최대한 예우하며 퇴로를 열어줄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자성이다. 대만 내 반한 정서 확산으로 두 나라 간 감정싸움이 불거진 것도 단교 과정에서 쌓인 서운함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한·중 수교 30주년은 동시에 한·대만의 비공식 관계 전환 30주년이다. 한·중 수교 당일 퇴거한 대만대사관 자리에 중국대사관이 입성해 옛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지었다. 대사관과 맞닿은 대만계 한성화교소학(초등학교)도 최근 재건축됐다. 코로나 전까지 한국과 대만은 상대방 국민에게 매우 인기 있는 해외 여행지였다. 대만에서 한류 콘텐츠는 일상적으로 소비되고 있고, 흑당 버블티로 대표되는 대만 식문화도 한국인 일상에 스며들었다. 여전히 동북아의 이웃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는 강력한 반공 체제→고속 경제성장→민주화라는 현대사의 서사를 공유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비공식'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대만과의 관계 설정에도 관심을 뒀으면 한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핵심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둘러싸고 진행된 중국의 무력 시위에서는 양안 관계와 남북 관계의 유사점이 두드러졌다. 유사시 최접경 영토의 선제적 피점령 가능성(대만 진먼다오·한국 백령도), 군사 경계선의 무력화 위협(대만해협 중간선·비무장지대), 핵무기 보유에 따른 전력 비대칭 상황 등을 보면 그렇다. 최근엔 대만해협 유사시 주한 미군의 파병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양안 정세는 한반도 정세의 상수(常數)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이는 우리가 남북·한중 관계에서 대만과의 관계를 지렛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생길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서방 국가들도 대부분 우리처럼 대만에서 중국으로 '갈아탄' 나라들이다. 이들이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추구하는 국익은 무엇인지, 한반도 상황에 적용할 만한 것은 없는지 면밀히 살폈으면 한다.
    기고자 : 정지섭 여론독자부 차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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