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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젠 한국식 'K-나이'에 안녕을 고할 때

    이완규 법제처장

    발행일 : 2022.08.26 / 여론/독자 A3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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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들 하는데 이것은 해가 바뀌면 나이가 바뀌는 '세는 나이' 계산법이다. 이 계산법은 과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주로 사용되었는데 지금은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양에서는 '세는 나이'를 'Korean age(한국식 나이)'라고 부른다. 청년들은 'K-나이'로 부른다고도 한다. 외국으로 유학이나 이민 간 한국인들 사이에는 "한국에 오면 2년 늙고, 돌아가면 2년 젊어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제각각인 나이 계산법이 단순히 젊거나 늙게 느껴지는 기분에만 영향을 미친다면 이를 굳이 바꿀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코로나19를 겪으며 나이 기준을 혼용하는 데서 오는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작년 말 정부는 12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제도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방역패스 적용 대상은 '연 나이'를 기준으로 정한 반면, 백신 접종 대상은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다.

    때로는 나이 기준을 혼용하는 데서 빚어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기업에서 2014년 노사 단체협약으로 정한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 '56세'가 만 55세를 뜻하는지, 아니면 만 56세를 뜻하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은 올해 3월에야 대법원의 판결(만 55세)로 끝이 났는데 1심과 2심의 의견이 서로 달랐다. 이는 나이 기준 혼용으로 인한 법적·사회적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나이 기준 혼용으로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0%를 넘었고, 또 다른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만 나이'를 사용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하니 그동안 국민들이 나이 기준 혼용으로 겪은 불편이 상당했으리라 짐작된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 '만 나이'로 나이 기준을 통일하는 방안이 담기게 된 것도 이런 이유이다.

    지난 5월 17일, 나이 기준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행정기본법 개정안과 민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법이 바뀌지 않고서는 나이 기준을 통일하기 어렵다. 이미 정부는 1962년부터 '만 나이' 기준 적용 원칙을 밝히고, 일상생활에서 '만 나이'를 사용해 달라는 대국민 담화문도 발표했지만 여전히 한국식 나이와 '만 나이' 기준이 혼용되고 있다. 오랜 사회적 관습과 관행을 바꾸려면 권고나 캠페인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식적인 기준은 '만 나이'이며, 나이 계산과 표시를 '만 나이'로 해야 한다는 점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여 제도화해야 한다.

    발의된 행정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들은 행정·복지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인·허가를 신청할 때, 그리고 처분 기준을 해석할 때 나이는 모두 '만 나이'가 기준임을 따로 표시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만 나이' 사용이 보편화되면 약을 처방받거나 백신 접종을 할 때는 물론 보험 등 각종 계약을 맺는 등의 일상생활에서 나이 기준으로 인한 혼란이나 다툼이 줄어들 것이다. 법제처는 '연 나이'로 규정한 개별 행정법들도 '만 나이'로 통일할 수 있는 법률은 '만 나이'로 정비할 계획이다.

    '만 나이'가 완전히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혼란과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민법과 행정기본법을 개정하는 일은 이런 혼란을 줄이기 위한 첫걸음이다. 법제처는 나이 기준 혼용으로 국민들이 겪고 있는 일상 속 불편을 해소하고 불필요한 혼란과 분쟁으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 나이'가 하루빨리 법적·사회적 원칙으로 정착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기고자 : 이완규 법제처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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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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