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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24) 졸속의 본래 뜻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서기관

    발행일 : 2022.08.26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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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졸속'은 부정적인 단어의 대명사다. 성급하고 졸렬한 일 처리를 비판할 때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졸속의 본래 뜻은 그와는 거리가 있다. 졸속의 출전(出典)은 손자병법 작전편 '병문졸속(兵聞拙速) 미도교지구야(未睹巧之久也)' 문장을 꼽는다. 전쟁은 속전속결이 바람직하며 빼어나게 한답시고 오래 끌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졸속은 미비함이 있더라도 재빠르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남송 시대에 당송 팔대가의 명문장을 모아 편찬한 '문장궤범(文章軌範)'의 '교지졸속(巧遲拙速)'을 출전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교지'는 완벽을 기하되 시간이 걸리는 것을, 졸속은 완성도가 미흡하더라도 신속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 말에도 교지가 졸속만 못하다는 뜻이 담겨있다. 출전에서 볼 수 있듯이 졸속은 본래 부정적인 뜻이 아니다.

    한국어 사전은 졸속을 '일을 지나치게 서둘러 어설프고 서투른 것'으로 풀이한다. 반면 일본어 사전은 '일의 됨됨이는 좋지 않으나 일 처리가 빠른 것'으로 풀이한다. 뜻풀이가 중립적이기에 일본에서는 화자의 의도에 따라 졸속의 뉘앙스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졸속주의'는 시간을 들여 완성도를 높이기보다는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하는 것을 중시하는 (완벽주의에 대비되는) 방식, 태도를 말한다. 한국보다 일본이 졸속이라는 외래의 말을 그 유래를 반영하여 상황에 따라 정확하고 유용하게 활용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심심한 사과'의 뜻을 두고 젊은 세대의 문해력 저하 논란이 일었다. 연전에는 '무운을 빈다'는 말을 기자가 '無運'으로 해석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에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언어가 다음 세대로 그대로 전수될 수는 없다. 문해력은 세대 차보다 개인 차가 큰 측면도 있다. 젊은 세대의 문해력 저하를 우려하기 이전에 한국어 전반의 기능성과 유용성을 겸허하게 고민하는 열린 사고가 문해력 향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고자 :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서기관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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