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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視角] '환자 헬기 수송'이 미담일까

    안영 사회정책부 기자

    발행일 : 2022.08.26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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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제주도에는 응급 심장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거의 없습니다. 사고를 당해 심장이 파열되면 헬기를 띄워 육지로 옮기거나 그대로 죽는 수밖에 없죠."

    최근 '위기의 필수 의료' 취재 중 만난 한 흉부외과학회 관계자의 토로다. 현재 제주도에서 심장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2곳. 여기에 흉부외과 의사는 두세 명씩 있지만 24시간 응급수술 체계를 갖춰 당직을 세우려면 의사 수가 턱없이 모자란다. 더구나 체외 심폐순환기를 사용해야 하는 고도의 심장 수술은 전문 심폐 기사가 필요한데, 제주도에는 아예 없다. "소방 헬기를 띄워 육지로 환자를 보내 살렸다는 미담(美談)은 사실 무시무시한 괴담(怪談)이죠. 거기선 살릴 수 없었다는 뜻이니까요."

    소아 맹장 수술, 선천성 기형 등을 다루는 '소아외과'도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2021년 대한외과학회가 분석한 '분과 전문의 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배출된 외과 전문의 150여 명 중 소아 외과 분야를 지원한 사람은 0명, 유방 외과 지원자는 20명, 간담췌 외과 지원자는 16명에 불과했다. 소아외과학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아 외과 전문의 수는 전국을 다 합쳐도 50여 명밖에 안 된다. 일본은 우리의 10배, 500명쯤 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3일 광주광역시에서 맹장 수술을 받으려던 세 살배기 남자아이가 수술받을 병원을 구하지 못해 200㎞ 떨어진 충남대병원으로 '원정'을 떠난 사례도 있었다. 광주·전남 지역 소아 외과 담당 교수는 단 1명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11년 전 아덴만 구출 작전과 이국종 교수를 통해 주목받았던 외상 외과 분야는 어떨까. 복지부는 응급의료법을 개정해 '권역외상센터'를 지역마다 설립하도록 했다. 365일 24시간, 교통사고나 추락으로 피가 철철 흐르고 뼈가 10개씩 부러진 환자들이 병원에 도착하면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11년 동안 그렇게 만들어진 센터는 전국에 17곳. 하지만 서울엔 아직 센터가 없다. 외상중환자외과학회 관계자는 "요새는 배달 오토바이 사고 등으로 중증 외상 환자가 서울에서도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1000만 서울 시민은 중증 외상 진료에서 열외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간호사가 원내 수술 가능한 신경 외과 의사가 없는 탓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핵심은 '힘들고 소송 위험이 크면서 돈 안 되는 분야'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 정부는 지난 19일 황급히 "기피 분야 등 필수 의료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수가만 찔끔 올려주는 땜질식 처방으론 의료 공백을 다 메울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생명을 다루는 이들이 메스를 내려놓지 않도록,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고자 : 안영 사회정책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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