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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2030] 잃어버린 숙면의 기억

    박상현 사회정책부 기자

    발행일 : 2022.08.26 / 여론/독자 A2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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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길 지하철에서 엄마 품에 폭 안겨 잠든 아기를 봤다. 전동차 소음에 깰 법도 한데 들숨과 날숨이 구분조차 안 될 만큼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 품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포근한 공간 같았다. 아기는 새근새근, 엄마는 꾸벅꾸벅 서로 다른 모습으로 잠을 청했다.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이 모자(母子)의 공간만 무중력 상태에 놓인 듯 어떤 파동이나 진동도 없는 음 소거 상태처럼 보였다.

    마지막으로 쾌면(快眠)한 날을 떠올려 봤다. 잘 기억나지 않았다. 수면 시간이 기록되는 앱(APP)을 켜봤다. 주간, 월간, 6개월 평균값이 기록돼 있었다. 누적 데이터 값이 가장 큰 6개월 평균을 보니 취침 시간은 6시간 46분, 수면 시간은 6시간 6분이었다. 뒤척이다 잠드는 데 40분이나 소요되다니, 아마도 대부분 휴대전화 만지작거리는 시간일 것이다. 애써 잠든 6시간도 수면의 질이 좋았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연령 불문하고 '하루 6시간 잠'은 부족한 것이라고 미국 국립수면재단은 말한다. 재단에 따르면 25세 이상에게 추천되는 수면 시간은 하루 7~8시간이다. 인간의 생애주기는 '잠의 성격'에 따라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수 수면 시간'으로 구분되는 0세 때는 신생아(0~3개월)가 하루 14~17시간, 영아(4~11개월)가 12~15시간 잠을 꼭 자야 한다. 그러다 1살부터 '권장 수면 시간'이란 이름으로 하루 11~14시간이 필요해진다. 이 권장 수면 시간은 25세가 될 때까지 조금씩 짧아지다가 25세 이후부턴 7~8시간으로 고정된다. 그러다 몸이 못 버텨 영원한 잠이 요청되는 순간 인생은 끝난다.

    잠에 대한 태도는 모순적이다. 푹 자고 싶은데도 종일 숙면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한다. 출근길 아직 잠이 덜 깬 뇌를 아메리카노 한 모금으로 각성시킨다. 점심 먹고도 후식 커피 한 잔이 빠지면 섭섭하다. 김밥 한 개, 빵 한 입만 먹어도 배부르면 좋으련만 술 한잔 곁들여 거나한 저녁을 먹는다. 그렇게 몸이 카페인과 알코올, 폭식에 절여진다. 숙면의 조건은 '비움'인데 삶의 루틴은 온통 '채움'으로 차 있다. 그런데 잠자리에 일찍 들긴 또 아쉽다.

    어쩌면 숙면의 중요성에 민감하지 않은 삶에 너무 어릴 적부터 길들여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늦은 저녁 동네 학원가 편의점에 가보면 카페인 함량이 높은 음료는 대부분 동나 있다. 주변 카페에 가봐도 아이들 테이블엔 숙제와 함께 대부분 커피가 올라가 있다. 아이들이 잠 쫓아내는 방법을 찾아 헤매는 동안 초등학생 하루 권장 수면 시간이 9~11시간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이는 없다.

    엄마 품속 평온한 아기 얼굴을 보며 혹여 나는 이미 꿀잠 자는 법을 잊어버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먹이사슬 상위로 올라갈수록 잠을 깊게 잘 수 있고, 잠 덕택에 뇌가 발달하며 더 고등생물이 된다고 한다.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인간, 그중에서도 엄마라는 단단한 보호막까지 가진 아이가 이 세상 통틀어 가장 깊은 잠을 자는 존재가 아닐까, 그런 생각에 빠져 있던 차 "출입문 닫습니다"라는 안내 방송을 들은 아기 엄마가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기고자 : 박상현 사회정책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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