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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의병기념관' 유치전 치열

충남도가 '충남 의병기념관' 건립을 추진하자 이웃한 홍성군과 예산군이 서로 유치하겠다고 나서며 지역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역 의병의 역사적 발자취를 기리는 의병기념관 건립을 놓고 의병 활동의 대표성과 관광자원을 확보하려는 홍성군과 예산군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홍성군과 예산군은 저마다 의병기념관 건립의 최적지임을 주장하고 있다. 홍성군은 항일 의병 전투가 벌어진 홍주읍성을 내세우고, 예산군은 중국 상하이 의거로 순국한 윤봉길 의사의 고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의병기념관 유치전이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자칫 '외세에 대항한 충남 의병의 역사를 기린다'는 건립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5일 충남도에 따르면 '충남 의병기념관' 건립 사업은 건립비 300억원을 들여 충남 의병 관련 역사를 체계적으로 관리·보존하는 전시관과 기념탑, 공원 등을 2027년까지 완공하는 것이다. 독립·평화·공존이라는 의병 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의병기념관 건립은 김태흠 충남지사의 공약사업이다. 충남도는 오는 10월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시작해 내년 3월 기념관의 규모와 콘텐츠, 건립 위치 등을 결정한 뒤, 본격적인 건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의병기념관 건립 입지를 놓고 홍성군과 예산군이 대립하고 있다. 발단은 민선 8기 충남도지사 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도민보고회 자료의 한 문구에서 비롯됐다. 새롭게 출범한 민선 8기 도정 방향을 설명한 이 자료에 "윤봉길 의사 유적지(예산군) 주변에 의병기념관을 건립할 시 위치, 대표성, 성격 등에 대한 시·군 협의 및 문화재구역 현상 변경 등 사전 절차에 따른 기간이 소요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자 홍성군이 반발하고 나섰다. 도민보고회 자료의 해당 문구가 예산에 있는 윤봉길 의사 유적지 주변에 의병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이유에서다. 홍성군의회는 이달 초 '의병기념관 건립은 의병도시 홍성으로'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항일의병을 선도하는 대규모 무장투쟁을 벌인 홍주(홍성의 옛 지명) 의병의 정신이 살아 있는 홍성에 의병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성군이 의병기념관 후보지로 검토하는 곳은 홍주읍성 안에 자리한 홍주초등학교 부지다. 홍주읍성은 사적 231호로 1906년 을사조약 체결에 반대한 홍주의병 1100여 명이 일본군과 전투하다 수백명이 전사한 곳이다. 이곳에서 항일 투쟁을 하다 전사한 수백명의 의병 유해는 현재 홍주의사총에 안치돼 있다. 홍성군 관계자는 "항일투쟁에 앞장선 김좌진 장군과 한용운 선생이 태어난 홍성은 충남 의병 역사를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예산군은 윤봉길 의사 유적지 주변을 인수위에서 검토한다고 밝힌 만큼 절차적 문제가 없는 한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산군 관계자는 "예산은 항일 의병 활동과 연관된 역사 유적지가 있고, 윤봉길 의사를 비롯한 항일 인물을 배출해 상징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윤봉길 의사는 예산 출신이다. 현재 예산군 덕산면 시량리에 윤 의사가 태어나고 자란 생가와 그의 생애를 살필 수 있는 기념관이 조성돼 있다. 1906년 의병을 일으켰다가 일본군에 체포돼 쓰시마섬에 구금됐다 순국한 면암 최익현 선생의 묘도 예산군 광시면에 있다.

충남도는 의병기념관 건립 부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 간 유치전이 과열돼 갈등으로 번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자칫 지역 간 감정싸움으로 비화할 경우 충남 의병 역사의 보존과 관리, 전승이라는 취지가 퇴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내년 3월까지 진행되는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통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기념관 건립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김석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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