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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視角] 200억 예산 공수처가 하는 일

    윤주헌 사회부 기자

    발행일 : 2022.08.25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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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요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검찰이 이곳저곳 수사를 속도를 높여 진행하면서 사람들이 공수처의 존재를 까맣게 잊게 되는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존재감이 점점 없어지는 공수처가 최근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공수처는 최근까지 검사를 추가 채용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작년 1월 출범 이후 줄곧 "인력이 부족하다" "좋은 자원들이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왔다. 인력이 부족하고 경험이 적어 수사가 잘 되지 않는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개업한 지 2년도 안 됐는데 공수처 검사 중 일부는 사표를 내고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 얼마 전엔 부장검사가 사표를 냈다가 반려되기도 했다. 부장검사는 평검사와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반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 공수처는 지난 18일 5000만원을 들여 새로 만든 공수처 로고와 슬로건을 공개했다. 기존 로고는 정부 로고로 활용되는 태극 문양이었는데 독립기관인 공수처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서 바꿨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다음 달 영국 중대비리수사청 방문을 추진 중이다. 이곳은 공수처 설립 롤모델로 알려져 있다. 김 처장은 이곳을 방문해 운영 노하우를 배워오겠다고 한다. 사람을 뽑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일련의 모습을 보면 공수처는 마치 설립을 앞둔 기관처럼 보인다.

    공수처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잘 알려져 있다. '이성윤 전 고검장 황제 조사'부터 기자들을 상대로 한 마구잡이식 통신 자료 조회까지, 훗날 돌아본다면 공수처의 시작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아니라 주어진 권한과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아마추어 집단의 사례로 남을 것이다. 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다. 지금까지 제 역할을 못 하고 헤맸더라도 다시 정신을 차리고 주어진 임무를 훌륭하게 소화해 낼 생각에 모든 구성원이 몰두하는 게 상식이다. 로고를 바꾸거나 해외 출장 가서 노하우를 배워오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

    아무래도 공수처의 앞날은 밝지 않다. 올 하반기에 첫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있다.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울상인 공수처가 감사 준비와 수사를 모두 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법무부는 공수처의 '우선수사권 폐지'를 추진 중이다. 이에 반대 입장인 공수처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산적한 수사는 어떻게 할 생각인지 전망이 보이지도 않는다. 공수처만 만들면 고위 공직자 관련 비리 사건이 한꺼번에 해결될 것처럼 선전했던 현 야당 의원들은 지금 어디에 숨었나. 연 200억원 예산을 쓰는 공수처가 단 한 건의 수사라도 제대로 해내기를 기대하는 것이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기고자 : 윤주헌 사회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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