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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物相] '감기 빨리 낳으세요'

    박은주 논설위원·에버그린콘텐츠부장

    발행일 : 2022.08.25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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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3년 '경복궁 게장' '경복궁 간장 게장'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당시로는 낯선 '궁궐 야간 개장' 소식을 접한 어린 세대가 개장(開場) 대신 '게장'을 입력하면서 시작된 일이었다. '요즘 애들이 이렇다'는 소문이 퍼지며 장난삼아 '경복궁 게장'을 입력하는 사람까지 덩달아 늘었다.

    ▶"자기야 아프지 말고, 빨리 낳아." 여성 커뮤니티에는 남자 친구가 '낳아라(나아라)' '이상한 냄세(냄새)' '연애인(연예인)' '안되(안돼)' 식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쓴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이른바 '남친 맞춤법' 걱정이다. 한 결혼 정보 회사가 미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인에게 정 떨어지는 순간'을 물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43.4%)'에 이어 '반복적으로 맞춤법을 틀릴 때'가 32.3%였다. 기념일을 잊었을 때, 시사 상식이 부족할 때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맞춤법 문제를 택한 응답자 성비는 여성 81.6%, 남성 18.4%였다.

    ▶한자를 몰라 벌어지는 일도 흔하다. 최근 한 업체가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썼다.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심각한 일에 심심하다고 쓰다니' 같은 반응이 나왔다. 깊이, 간절하게 뜻의 '심심(甚深)하다'를 지루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한자어 문맹(文盲)이 낳은 일이다. 한자 교육을 제대로 안 받으니 한자어 까막눈이 늘어난다.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무운(武運)을 빈다'를 '운이 따르지 않기를(無運) 빈다'로 오해하는 일도 벌어진다. 한 신입 사원은 이역만리(異域萬里)를 이억(二億)만리로 썼다가 한동안 놀림당했다.

    ▶'일해라 절해라(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세요' '에어컨 시래기(실외기)'로 시작해 '미모가 일치얼짱(일취월장)' '삶과(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곱셈(꽃샘)추위' '괴자(계좌)번호'…. '우리말 모욕'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더 심각한 것은 글을 읽고 나서 딴소리하는 '문해력' 문제다.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2013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문해력'은 273점으로 평균 266점보다 높았다. 16~24세 한국인은 4위였다. 이후 뚝뚝 떨어진다. 45세 이후 하위권, 55∼65세 최하위권이었다. 문해력은 원래 나이 들수록 떨어지는데, 유난히 낙폭이 컸다. 2017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성인 22%인 960만명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실질적 문맹"이라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말과 생각의 깊이에 관여하는 책 읽기의 부족이라고 한다.
    기고자 : 박은주 논설위원·에버그린콘텐츠부장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28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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