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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수학 산책] 유클리드의 원론(elements)

    최영기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발행일 : 2022.08.25 / 특집 A2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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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학문의 뿌리가 수학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원전 300년쯤 알렉산드리아의 수학자 유클리드는 인류 역사의 가장 위대한 작업 중 하나에 착수하게 됩니다.

    기원전 6세기~기원전 4세기 왕성하게 활동했던 피타고라스와 그의 학파 등 초기 그리스 수학자들의 연구를 복원하는 것이었죠. 그는 그들의 연구를 모아 수학 분야에서 최초로 체계적인 책을 만들었는데, 13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이 바로 '원론'(elements)입니다. 유클리드는 왜 책의 제목을 수학 용어가 아닌 원론이라고 했을까요?

    원론은 '모든 것의 근본을 이루는 요소'라는 뜻입니다. 즉, 유클리드는 이 책을 쓰며 단지 하나의 학문 분야를 다루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의 근간이 되는 요소를 다루길 원했습니다. 그는 이것이 곧 수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은 총 10개의 공리(증명이 필요하지 않은 진리)를 바탕으로, 증명이 필요한 465개의 명제를 증명하는 것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0개 공리 중에서 5개는 '전체는 부분보다 크다' 등과 같은 상식적인 공리이고, 나머지 5개는 '모든 직각은 서로 같다' 등과 같은 기하(도형과 공간의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와 관련된 공리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유클리드가 이 열 가지 공리를 이해시키기 위해 책 안에 어떤 그림이나 설명을 추가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반면 465개의 명제에는 상세한 증명과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을 그려 넣었지요. 이것은 공리, 즉 진리를 그림이나 설명이라는 보조 수단 없이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특징은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는 공리를 바탕으로 논리적 추론을 해서 나머지 명제의 결론을 이끌어냈다는 거예요. 유클리드는 이런 방식이야말로 모든 학문의 근간이 되는 요소, 즉 원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책의 제목을 이렇게 붙인 것이지요.

    한편으로 유클리드는 공리체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수학은 완벽한 구조를 갖추고 있으므로 플라톤이 말하는 완전하고 영원한 이데아에 속한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진정으로 존재하는 수학의 요소를 숙고함으로써 영혼이 좀 더 높은 것을 향하게 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우리 인간이 선해져 궁극적으로는 올바른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것은 유클리드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피타고라스부터 플라톤을 거쳐 그리스의 지성 사회 전반에서 수학을 바라보는 시각이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수학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며 인간의 본질적인 향상을 꿈꾸었습니다.
    기고자 : 최영기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23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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