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韓, 환경규제 강화… 기술혁신 지원은 하위권(OECD중)

    박상현 기자

    발행일 : 2022.08.25 / 사회 A12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OECD '환경정책 엄격성'보고서… "민첩·유연한 규제로 전환" 권고

    국내 환경 규제가 최근 20년 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상으로 강화됐지만, 기술혁신을 가로막는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OECD 분석이 나왔다. 혁신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의 지원 수준은 OECD 최하위권으로 평가됐다. OECD는 한국이 탄소 중립 등 기후 대책 마련 과정에서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면서도 안전성·환경성 등 사회적 가치까지 달성하려면 "민첩하고 유연한 규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4월 OECD가 발표한 '환경정책 엄격성 지수(Environmental Policy Stringency·EPS)' 보고서를 토대로 OECD 권고에 맞춰 국내 환경 규제를 손보는 작업에 착수했다. EPS는 국가별 환경정책의 양적·질적 특성을 측정·비교·평가하는 데 쓰이는 지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0년까지 OECD 회원국의 환경 규제는 전반적으로 강화됐다. EPS는 환경 규제를 크게 '시장 기반' '비(非)시장 기반' 두 가지로 나눈다. 같은 '탄소 배출 규제'라고 해도 단순히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만 강화하는 것은 '비시장 기반', 자국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수입되는 제품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해 기업에 탄소 감축을 유도하는 것은 '시장 기반'으로 분류한다. 시장 기반 규제는 '질적 규제', 비시장 기반 규제는 '양적 규제'로도 불린다.

    우리는 2000년만 해도 EPS가 OECD 평균(1.3)보다 낮은 0.9였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환경정책이 쏟아지며 재작년(3.2)엔 OECD 평균(3.1)을 처음 넘어섰다. 문제는 우리 환경 규제가 양적으로만 커졌다는 점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규제는 OECD와 비교해 비시장은 '평균 이상' 많고, 시장은 '평균' 정도였다. 선진국처럼 환경정책이 기술혁신을 이끄는 선순환 구도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것이 '화학물질 등록·평가 제도'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화학물질을 규제할 때 폭발성·인화성 등 사고 위험성에 따라 규정을 차등 적용하지만 우리는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화학 물질은 모두 똑같은 규제로 묶기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진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혁신기술 개발 등을 위한 '기술지원' 부문(1.5)에선 OECD 평균(2.3)보다 한참 떨어지며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었다. 정부가 환경 규제는 강화하면서도 환경 개선을 위한 기술혁신 지원에는 인색했다는 뜻이다.

    환경문제를 질적 규제로 풀어가는 유럽에선 정부가 탄소 감축이란 숙제를 내주는 동시에 이를 잘 풀어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독일에선 올해 초 '탄소 차액거래계약(CCD)' 시행을 위한 법적·재정적 토대를 마련했다. 기업과 정부가 기간을 정해두고 얼마만큼 탄소를 줄일지 계약한 후, 줄인 양만큼 금전적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다. 탄소를 줄여도 탄소배출권 가격이 출렁이면 들인 노력만큼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는 기존 배출권거래제의 허점을 보완한 것이다. 탄소 감축에 성공하면 이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다양한 혁신기술 개발을 유도할 수 있다.

    OECD는 특정 환경문제가 발생하면 땜질식 규제를 만들고 끝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규제가 환경문제를 실제로 풀어내고 있는지 성과를 파악해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을 권고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감축 기술을 지원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며 "환경정책도 성과에 따라 재평가받고 수정·보완할 수 있도록 '고정된 규제'에서 '유연한 규제'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래픽] 환경 정책 엄격성 지수(EPS)
    기고자 : 박상현 기자
    본문자수 : 180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