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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19곳의 예대금리 차 '단순 나열'… 연합회선 ＂인력 부족＂

"19개 은행별 대출금리와 예대금리 차를 단순 나열한 방식이라 정작 필요한 '최저 금리' 은행을 찾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요."

전국 19개 은행의 예대금리 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처음 공시된 22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은행별 금리를 조회해본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기대가 컸는데 막상 사용해보니 불편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30대 회사원은 "대출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예금할 돈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출금리 정보가 중요한데, 왜 굳이 예대금리 차를 기준으로 은행을 줄 세우는지 모르겠다"며 "현명한 소비자들이라면 예대마진이 높더라도 예금금리가 높은 은행에 예금을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낮은 순 정렬 기능도 없어

이번 금리 공시 제도 개선으로 공개되는 정보의 양은 대폭 늘었다. 기존엔 은행 자체 신용 등급(5개 구간)별로 공개됐던 평균 대출금리를 7월분부터는 신용 점수 50점 단위로 세분해 9개 구간을 보여준다. 자신의 신용 점수와 비슷한 사람들이 각각의 은행에서 어느 정도 금리를 제공받았는지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다. '금리 낮은 순' 정렬 기능이 없어 소비자가 19개 은행의 예금·대출금리를 일일이 눈으로 비교·분석해야 한다. 클릭 한 번으로 일목요연하게 금리 비교를 해 주는 대출 비교 플랫폼 '카카오페이'나 '핀다' 등 앱에 익숙한 젊은층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측은 "열악한 내부 IT 인력 사정상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금융 당국이 정해놓은 시한에 맞춰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예대금리 차 공시 방식을 한꺼번에 개편해야 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은행연합회보다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중앙회 사이트에는 금리순 정렬 기능이 있다는 점에서 '핑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시의 본질은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일 텐데 보기 불편하게 만들어놓은 것은 문제"라며 "예대금리 차 공시가 당국의 은행 군기 잡기용이라는 비난을 넘어서려면 공시 체계가 더 소비자 친화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신한·토스, 고신용자 대출금리도 높아

금융권에서도 금리 공시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 '예대금리 차가 작을수록 착한 은행'이란 잘못된 인식이 퍼지면서 은행들이 예대금리 차를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 서민 정책 대출, 고정금리 주택대출을 기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공시에서도 서민·중금리 대출이 많은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들이 예대금리 차 상위권이라는 오명을 썼다.

예컨대 국내 19개 은행 중 가계 예대금리 차가 가장 높은 곳으로 지목된 전북은행(6.33%포인트)은 대출금리가 높았지만, 반대로 예금금리도 3.13%로 모든 은행 중 5위였다. 전북은행은 "지방은행으로서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외국인 대출과 햇살론 등 서민 정책 금융상품을 많이 취급하다 보니 대출금리가 높게 나타난 것"이라며 "예대금리 차를 축소하기 위해 서민 대출을 외면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예대금리 차가 높은 원인이 논란이 됐다. 가계 예대금리 차 1위에 오른 신한은행과 토스뱅크가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은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고정금리 주택대출·서민 정책성 상품 비중이 높다는 점을, 토스뱅크는 금융 당국의 지침에 따라 중금리 대출 비율이 30%가 넘다 보니 예대금리 차가 커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두 은행은 중금리 대출 등과 무관한 고신용 대출자들에게도 높은 금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신용대출 기준으로 신용 점수가 높은 800~1000점 사이 4개 구간에서 신한은행의 대출금리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은 901~950점 고객들에게 평균 금리 5.22%를 받아 하나은행(4.48%)을 크게 앞질렀다.

[그래픽] 은행권 예대금리 차 추이

[그래픽] 5대 은행의 신용점수 구간별 신용대출 평균 금리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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