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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단점+단점=장점?

    현혜원 카피라이터 겸 서퍼

    발행일 : 2022.08.24 / 문화 A2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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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기 직전, 동생과 아빠와 함께 방콕 강변에 앉아 야경(夜景)을 보고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셋만의 여행은 처음이라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끝이 금세 다가왔다. '시간 참 빠르다'는 이야길 나누던 중 내가 서핑을 시작한 지 4년 반이 지났단 이야기를 들은 동생이 말했다.

    "벌써? 언니는 어릴 때부터 '덕질' 하나는 진짜 잘하는 것 같아. 12년 전이었나, 필름 카메라로 사진 찍겠다며 시작했을 때 오래가지 못할 거라 생각했어. 사진을 보면 잘 찍은 것도 없는데 죄다 종이로 인화를 하는 거야. 돈 아깝게시리. 가난한 대학생이니 이러다 말 줄 알았지. 그런데 멈추지 않더라? 결국 얼마 전엔 사진전까지 열었고. 뭐랄까. 매우 비효율적인데 꾸준하달까. 근데 언니가 이런 게 많아. 서핑도 빠지더니 몇 년을 내내 매달리잖아. 신기해."

    아차, 스무 살의 내가 찍은 사진이 엉망이었구나. 십여 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어 다행이다. 동생이 한 번도 내색하지 않은 덕분에 지금까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렇게나 오래 사진을 찍었다니, 전혀 의식하지 못한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은 저지르고 보는 성격이 나의 유일한 원동력이라 생각했는데, 비효율적인 데다 꾸준하기까지 했다니. 그런데, '효율적'이란 말보다 저 문장이 더 마음에 드는 건 왜일까.

    서핑을 시작할 때도 많은 각오가 필요하지 않았다. 보드 위에 겨우 몸을 가누던 시절, 저 멀리서 날아다니는 서퍼들을 보며 차라리 포기를 했던 걸까. 내게는 오지 않을 날처럼 느껴졌기에 각오를 할 생각조차 없었다. 그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날엔 조금 더 먼바다로 나가고, 나의 보드를 사고, 가끔 좋은 파도도 잡고, 인공 서핑장에서 자체 훈련을 하며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하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 '좋아한다'는 열망이 생기니 각오나 목표가 없는데도 몸이 움직였다.

    나는 아마도 '관성'이 강한 유형인 것 같다. 잠들지 않으려는 밤과 일어나기 싫은 아침의 싸움을 매일 치르며, 어떤 작업에 빠져들면 밤을 새워서라도 이어서 하는 걸 좋아한다.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자기 절제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욕심 많음'과 '절제력 부족'이란 두 단점이 융합되니 오히려 장점이 되는 것 아닌가.
    기고자 : 현혜원 카피라이터 겸 서퍼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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