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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병원 500번 넘게 간 사람 532명

    선정민 기자

    발행일 : 2022.08.24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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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케어' 후 과다 이용 급증

    40대 여성 A씨는 작년 한 해 연간 외래 진료를 2050회나 받았다. A씨는 '등의 통증과 상세 불명의 연조직(신체에서 근육처럼 부드러운 조직) 장애'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작년에 방문한 의료기관은 총 24곳에 달했고 이로 인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부담금 2690만원이 지출됐다. 건보공단의 '2021년 외래 진료 횟수 상위 10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처럼 작년에 20대 남성부터 60대 여성 등 상위 10명이 1인당 1207~2050회 외래 진료를 받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들 중 정신적 문제 등으로 반복적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의료기관에서 정신 문제가 있는 환자를 계속 진료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벌어졌을 수 있다는 뜻이다.

    건보 재정이 심각한 위기다. 지난 정부에서 '문재인 케어'등 대대적인 건보 보장률 확대 정책으로 '의료 쇼핑'이 늘어나고 도덕적 해이가 일상화돼 재정 낭비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일부 수도권과 광역 도시의 척추 병원들에서는 '추석맞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비 할인' '개업 ○주년 MRI 할인' 등 광고를 내걸고 손님을 맞는다. 지난 정부에서 뇌·척추 등 질환 MRI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자 병원들은 대거 고가 장비를 사들였고, 이제는 장비 가동률을 높여 수익을 늘리고자 비급여나 본인 부담 MRI 검사도 적극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정부가 건보 재정 낭비를 막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이기일 제2차관 주재로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개혁추진단' 회의를 열고 '문재인 케어' 등 과다 의료 이용을 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로 인한 뇌·뇌혈관 MRI 재정 지출은 작년 2529억원으로 목표(2053억원) 대비 집행률이 123%에 달했다.

    '문재인 케어'를 대표하는 초음파·MRI 진료비는 건보 적용 첫해였던 2018년 1891억원에서 2021년 1조8476억원으로 3년 새 10배로 늘어났다.

    건보 재정의 위기는 '총체적 난국'에 가깝다. 무엇보다 지난 정부가 보험 급여 항목을 대폭 늘려 놓은 '문재인 케어'로 향후 수년간 재정 부담이 급격하게 가중될 전망이다. 문 정부는 국민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건보 급여 항목을 늘려놨다는데 관리 실패로 인한 비급여 진료가 봇물처럼 늘어 전체 국민 의료비 부담은 오히려 증가했다. 건보 부담을 늘렸는데 국민 부담도 늘어나는 관리 부재 상태가 된 것이다.

    일부 의료 이용자와 일부 병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재정 누수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작년에 1인당 150회 이상 진료를 받은 사람은 총 18만9000여 명으로, 이들에게 투입된 건보 재정만 1조9000여 억원에 달했다. 2017년 150회 이상 진료로 인한 건보 재정(1조5000여 억원)에 비해 4000여 억원이 더 늘었다. 작년에 500회 이상 외래 진료를 받은 사람 532명이 가장 많이 이용한 진료 과목은 침구과로 1인당 평균 125일 내원했다. 이어 한방내과(115일), 내과(93일), 마취통증의학과(59일), 신경외과(55일) 순이었다. 입법조사처는 "과다한 의료 이용은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과 건보 재정 부담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난 정부 주장과 달리, 재정 누수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의료기관이 환자 진료에 쓴 요양급여 비용은 95조4000여 억원으로 전년(86조6000여 억원) 대비 10.2% 증가했다. 강도태 건보공단 이사장은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지출도 계속 늘어나 보험 급여비 100조원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앞으로의 보험료 수입 확충과 정부 지원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져 건강보험의 효율적 재정 관리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했다. 건보공단 측은 "과다 의료 이용자 등을 대상으로 의료 이용 현황 안내문을 발송하고 상담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의료 이용을 강제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밝혔다.

    외국인의 피부양자가 진료 목적으로 단기간에 입국하는 등의 사례도 건보 재정 누수를 부추긴다. 외국인이 건보에 가입하려면 6개월 이상 거주 등 요건을 갖춰야 하지만, 피부양자는 체류 기간과 상관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기일 차관은 "외국에 살면서 우리나라 건강보험을 이용하기 위해 입국하거나, 타인의 건강보험증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건보 재정을 갉아먹는 불법 의료기관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작년에 서울과 강원도 일대의 부실 의료기관을 인수해 과다 진료와 검사를 일삼는 방식으로 총 171억원의 요양급여비를 타간 '사무장 병원'이 검찰에 적발됐다. 병원 운영진은 법인카드로 수억원을 쓰고 고급 외제차를 탔다.

    감사원은 지난 7월 문재인 정부가 '문 케어' 시행에 따른 의료계 반발을 무마하느라 손실 보상금을 수십억~수백억원씩 과다 지급하고, '의료 쇼핑' 등을 방치해 재정이 최소 수천억원 낭비됐다는 내용의 건보 재정 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 케어는 MRI나 초음파 외에도 총 3800여 가지 비급여 항목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런데 이 기간 비급여 의료비가 급증하면서 결과적으로 국민 부담이 늘었다.

    대표적으로 백내장 수술 같은 과도하고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 억제에 실패했다. 백내장 수술은 2016년 51만8663건에서 2020년 70만2612건으로 35.5% 증가했다. 백내장 관련 실손 보험금 지급액도 병원 측의 권유 시술과 '의료 쇼핑' 등에 따라 2018년 2553억원에서 2020년 6480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과도한 실비 의료 이용 급증에 따라 2020년 기준 실손의료보험 손해액은 연간 11조8000억원에 달했다.

    [그래픽] 연간 외래 진료 횟수 상위 10명 / '문 케어' 도입 이후 급증한 초음파·MRI 진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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