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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에 샌드박스 적용 검토
소액 단기보험부터 허용될 듯

"온라인 플랫폼 보험 대리점 허용 철회하라!" "45만 보험 영업인 생존권을 보장하라!"

22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 보험설계사 약 300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전국 법인 보험대리점(GA)으로 구성된 한국보험대리점협회가 23일로 예정된 금융 당국의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앞두고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 대리점 진입을 금지해달라"며 집회를 연 것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코로나 때문에 지난 2년여 대면 영업을 못 하다가 이제 겨우 영업을 시작했다"며 "온라인 플랫폼이 보험 중개에 나서면 일자리가 사라질까 두렵다"고 했다. "플랫폼이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면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새 정부 들어 '혁신 금융' 급물살

빅테크사가 자신의 플랫폼에서 각 보험사 상품을 비교해 소비자에게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만들려는 시도는 작년부터 본격화됐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금융 당국은 카카오페이의 보험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광고가 아니라 보험 판매 중개 행위로 규정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보험업 라이선스가 있어야만 이러한 중개 행위를 할 수 있다. 라이선스가 없는 빅테크의 보험 비교 서비스를 금융 당국이 사실상 금지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새 정부 출범 후 이 서비스에 대해 금융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를 적용해 허용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 규제 혁신 '1호 안건'으로 빅테크의 보험 중개 허용안이 다뤄지는 것이다. 장기 생명보험보다는 치아보험 같은 소액 단기 보험부터 비교·추천 서비스를 허용할 전망이다.

보험업계는 "금융 당국이 지난 18일 있었던 금융혁신회의 하루 전에야 이해 당사자인 업계 의견을 제출하라고 했다"며 "지난해 독과점 문제로 고꾸라졌던 사안을 졸속 부활시켰다"고도 비판하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 임원은 "나아가 보험사가 빅테크사에 납품하는 상품 공급자로만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어느 쪽이 소비자 편익 늘리나' 논란

금융 당국 관계자는 "작년에 법적 근거가 부족해 하지 못했던 서비스를 혁신금융으로 지정해 소비자 편익을 늘리겠다는 의미"라며 "보험업계의 우려 사항도 반영해 세부 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품에까지 당장 온라인 플랫폼 중개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보험업계의 거센 반발에 빅테크업계에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은행 예금·대출은 비교할 수 있는데, 금융권에서 보험업계만 플랫폼 바람을 피해 갈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빅테크업체 관계자는 "결국 현재 보험 소비자들이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는가 물으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 당국은 사이버 마케팅(CM) 보험 상품에 한해 규제를 풀려고 시도하는데, 보험설계사의 영업은 약 90%가 대면으로 이뤄져 일자리를 뺏긴다는 논리는 과도한 공포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빅테크업체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보험업계 눈치를 보느라 온라인 보험 상품만 비교하도록 하는 등의 조건을 건다면 '반쪽짜리 혁신'이 될 것"이라며 "규제를 대폭 풀어 소비자가 보험료를 한눈에 비교하도록 해 적정 가격을 형성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도 했다.

기존 보험사와 빅테크 간 갈등에 대해 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얼마 전 여행자보험을 들다가 보험사별로 일일이 가격을 비교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고 느꼈다"며 "하지만 외식업계에 배달 플랫폼이 진출한 후 결국 음식 값이 인상된 것처럼 나중에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가 소비자에게 오히려 불리해지지 않을지도 걱정된다. 정작 논의에서 소비자 입장은 쏙 빠져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기고자 : 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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