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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목소리를 듣기란 교황도 어려운 일이라네"

    박돈규 기자

    발행일 : 2022.08.23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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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30일 국내 첫선… 연극 '두 교황' 연습 현장

    지난 18일 오전 11시 서울 양재역 앞 한전아트센터 3층. 복도에 연극 '두 교황' 연습실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보였다. 화살표 아래 작은 글씨로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가장 힘든 일이 주님의 음성을 듣는 거라오."

    연습실에서는 두 교황이 벌써 몸을 풀고 있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앤서니 매카튼이 쓴 원작 희곡을 국내 초연하는 배우 신구(베네딕토 16세)와 정동환(프란치스코). 넷플릭스 영화에서는 앤서니 홉킨스와 조너선 프라이스가 주연했다. 이야기는 2012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아르헨티나의 베르골리오 추기경(훗날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탈리아 여름 별장으로 초대하면서 시작된다. 베르골리오는 추기경 사임 서류를 들고 간다.

    "낙태한 사람들에게도 성체를 준다고? 자네는 담이 나쁜 것처럼 말하는군. 집에는 튼튼한 담이 있어야 하네."(신구)

    "예수님이 담을 만드셨습니까? 죄 많은 자를 더 따뜻하게 맞아주셨습니다. 자비는 담을 부술 수 있는 다이너마이트와 같습니다."(정동환)

    전통을 강조하는 베네딕토와 개혁을 지지하는 베르골리오의 논쟁은 점점 격해진다. 당시 바티칸은 성직자들의 뇌물 비리와 성추행, 돈세탁 혐의로 공격받고 있었다. 화창한 날씨에 교황의 마음속엔 천둥 번개가 친다. 베르골리오가 "시대는 변화를 요구하는데 교회가 전혀 움직이질 않으니, 저는 더 이상 영업사원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하자 베네딕토는 폭발한다. "주님이 계속 움직인다면 우리는 주님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주님은 변하지 않아!"

    진정한 신앙을 묻는 '두 교황'은 갈등과 투쟁, 의심을 수반하기 때문에 더 매혹적이었다. 공격과 수비, 반격이 흥미진진했다. 신구는 완고해 보이지만 변속(變速)에 능했고, 정동환은 날카로우면서도 명랑했다. 이 연극은 차갑고 팽팽한 논쟁 사이사이에 피아노 연주와 탱고, 월드컵 축구와 유머를 밀어 넣는다. 유쾌하고 따스한 인간미를 잃지 않는다.

    베네딕토는 "가장 힘든 일이 주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라며 "(젊은 시절과 달리) 이젠 영적인 보청기가 필요하다"고 고백한다. 베르골리오도 "사랑의 유혹을 느낀 적이 있다"며 과거를 회상한다. 교황으로 산다는 건 얼마나 외롭고 두려운 일일까. 베네딕토는 마침내 "난 이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고 당신이 적임자"라며 "주님이 새로운 교황을 보내 내 잘못을 어떻게 바로잡는지 보고 싶다"고 말한다. 베르골리오는 "제발 놓아달라"며 자신의 결격 사유에 대해 고해성사를 한다.

    '두 교황'은 2013년 자진 사임해 세계를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골격으로 삼았다. 그런데 퇴장하는 것은 교황만이 아니다. 원로 배우 신구(86)는 이번에 처음으로 인이어(in-ear)를 귀에 착용하고 무대에 오른다. 대사를 잊어버렸을 때 일러주는 장치다. 신구는 "좋은 작품이라 선택했는데 과욕을 부린 것 같다. 대사량이 많아 도전이 필요한 연극은 '두 교황'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헛헛하게 웃었다.

    신구·서인석·서상원이 베네딕토를, 정동환·남명렬이 프란치스코를 나눠 맡는다. 윤호진 예술감독은 "신구 선생님은 존재만으로 연륜과 무게감이 느껴지고 서인석은 무대 연기의 예민한 감각이 살아났다. 정동환이 농익은 연기술을 보여준다면 남명렬은 디테일한 표현에 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오는 30일 한전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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