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여성의 도발적 의상은 성적인 의사표시" 판결에, 인도 여성들 부글부글

    김나영 기자

    발행일 : 2022.08.23 / 국제 A14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집단 성폭행범 11명 감형도 논란
    모디 총리에게도 비난의 화살

    인도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이 피해 여성이 '자극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져 여성계가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고 CNN 등 외신이 지난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또 20년 전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11명이 한꺼번에 석방되기도 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인도 남부 케랄라주(州) 지방법원 판사는 지난 12일 성추행 혐의를 받는 74세 남성의 보석 신청을 허가했다. 이 남성은 지난 2일 피해 여성을 인적 드문 곳으로 데려가 가슴을 누르는 등 성추행을 저질러 체포됐다. 하지만 판사는 "장애를 가진 남성이 여성을 강제로 끌어당겨 성적으로 가슴을 압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특히 판사는 보석 허가서에 "피해 여성이 '성적으로 도발적인' 드레스를 입었으며, 성적인 의사 표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내용도 담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인도 전역에선 여성계의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스와티 말리왈 델리여성위원회 위원장은 트위터에 "성폭력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사고방식은 언제 바뀔 것인가"라며 "해당 법원은 문제를 즉시 인지해야 한다"고 썼다.

    지난 15일에는 인도의 독립 75주년을 맞아 성폭행범 11명이 감형으로 석방됐다. 석방된 이들은 지난 2002년 구자라트주에서 벌어진 힌두교-이슬람 폭동 당시 임신한 이슬람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그의 일가족을 살해한 힌두교 남성 11명이다. 지난 2008년 종신형을 받은 이들은 구자라트주 판치마할의 교도소에 14년 넘게 수감됐다. 수잘 자얀티바이 마야트라 판치마할 교도소장은 이들이 15년 가까이 복역한 점, 모범적으로 수감 생활을 한 점 등을 고려해 석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폭력으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한다는 현 정부의 정책과 모순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집단 성폭행의 피해자인 빌키스 바노는 "지난 20년간의 트라우마가 다시 나를 엄습했다"고 밝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비판에 직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02년 종파 간 폭력 사태가 일어날 당시 모디 총리가 구자라트주의 주지사였던 사실을 언급하며 "모디 총리가 (20년 전과 지금) 국내 종교적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집권 여당 인도국민당(BJP)은 힌두민족주의 성향으로, 일부 분석가는 12월 예정된 구자라트주 의회 선거를 의식해 힌두교 범죄자들의 석방이 이루어진 것으로 봤다.
    기고자 : 김나영 기자
    본문자수 : 1237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