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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지만 앉으면 너무 편해… 그게 진정한 혁신"

    송혜진 기자

    발행일 : 2022.08.22 / 경제 B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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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계의 샤넬' 만든 제프 웨버, 10만원대 현대리바트 의자를 만들다

    어떤 디자이너는 의자를 통해 세상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제프 웨버(Jeff Weber)는 현재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SWA(Studio Weber+Associates)라는 이름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이끄는 걸출한 산업 디자이너다.

    이전에는 사무용 가구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가구 회사 '허먼 밀러(Herman Miller)'의 대표 디자이너였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영구 소장 컬렉션이 된 의자이자, 한국에선 '의자계의 샤넬'로 불리면서 IT 업계에서 화제가 된 에어론(Aaron) 체어가 그의 손에서 나왔다. '케이퍼(Caper) 체어', '엠바디(Embody) 체어'도 제프 웨버의 작품이다.

    웨버가 최근 현대리바트와 손잡고 '유니온 체어'를 디자인했다. 국내에선 명품으로 알려진 의자를 주로 만들어왔던 유명 디자이너가 이번 작품을 통해선 어떤 야심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화상으로 만나 직접 물었다.

    ―이미 많은 의자를 만들어왔다. 이전에 디자인했던 의자와 이번 의자는 어떤 것이 다를까.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데, 그 안에 많은 기능이 담겨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기엔 너무나 심플한데 막상 앉으면 의외로 너무나 편해서 놀라게 되는 경험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진정한 혁신과 진보란 결국 그런 것이니까."

    ―오래 앉아도 편안한 의자는 이전에도 만들지 않았나? 가령 한국에선 당신이 만든 '에어론 체어'를 두고 비싸도 살 만하다는 뜻으로 '의자계의 샤넬'이라고 부른다(웃음).

    "그런 럭셔리한 별명을 얻은 것은 좋지만(웃음)…. 나의 의자는 스타일이 아니라, 기능과 인간의 체형을 연구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유니온체어도 기능과 인간의 움직임을 고려해서 만들었다. 사람들이 의자에 오래 앉아있을 때 어떻게 무게가 분산되는지를 계산했고, 언제 몸을 뒤틀고 다리를 꼬고 움직이는지를 관찰했다. 이를 아주 심플한 디자인으로 뽑아서 내놓은 게 지금의 모습이다."

    유니온체어는 플라스틱 소재를 녹여 금형 내에서 냉각시키는 '사출성형(射出成形)' 방식을 활용해 완성됐다. 등받이가 앉은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소위 '틸팅 모션'으로 움직여 오래 앉아 있어도 편안하다. 좌판은 또한 사람이 등받이를 앉아서 미는 힘에 비례해 위아래로 들어 올려지도록 제작됐다. 별도로 조정하지 않아도 앉은 사람의 체형과 무게에 맞게 허리와 엉덩이가 의자에 밀착된다. 제프 웨버는 이를 두고 "평등한(democratic) 혁신을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평등한 혁신이라니?

    "모든 사람이 어떤 장소에서도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디자인을 꿈꿔봤다. 가격적으로도 그렇고 기능적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ubiquitous) 것. 인간적인 측면에서 의미 있는 것!"

    ―코로나 확산 이후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의자에 앉아서 일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그래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됐을까.

    "그렇다. 우리 삶에서 의자가 더 중요해졌다. 앞으로 더 그럴 것이다. 엠바디 체어를 개발할 때는 2008년이었다. 그 전에도 컴퓨터를 쓰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우리 삶을 지배하기 시작한 게 이때부터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도 훨씬 더 많아졌다. 그래서 설계 때부터 의사들과 협업해 인체 구조를 연구해서 엠바디 체어를 완성했다. 요즘 상황은 더 심각하지 않나? 그때 우리가 5시간 정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면 아마 8시간 넘게 앉아있지 않을까. 유니온체어를 만들면서는 그런 상황까지 고려했다. 여러 분야의 의료진과도 협업했다."

    ―의자 말고도 많은 것을 만들었다. 가령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목발(mobilegs), 길거리의 웅덩이 물도 깨끗하게 해주는 정수기(pur) 같은 것.

    "목발은 내가 다쳤을 때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기존 목발에 몸을 지탱하면서 다녀보니 손과 발이 다 아팠고 너무 힘들었다. 알루미늄을 줄여서 덜 비싸면서도 편리하고, 또한 계속 끼고 다녀도 심리적으로 덜 위축되는 제품을 개발하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도와주는 것. 그게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디자인이란 결국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일까.

    "우리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연결하는 것이다. 우리는 결국 디자인을 통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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