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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가 만난 사람] 서울대 떠나 가천대 창업대학장 맡는 장대익 교수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발행일 : 2022.08.22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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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을 학점으로 인정하고 학교가 자금 1억5천만원까지 지원… 안전한 실패 보장하는 문화 통해 10년 안에 유니콘 탄생시키겠다"

    서울대 장대익(51)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다음 달 1일 가천대(경기 성남)로 옮긴다. 가천대에서 만드는 '창업대학'(가칭 '가천코코네스쿨') 초대 학장으로 초빙됐다. 서울대 교수가 기업이나 다른 유명 사립대로 옮기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비(非)서울 사립대행은 극히 드문 일이다. 더구나 오랫동안 인간 본성을 연구하던 과학철학자가 갑자기 창업대학이라니. 주변에선 "도대체 왜 서울대를 떠나는 거냐"는 질문이 쏟아졌다고 한다

    지난 16일 장 교수를 만나 수수께끼 같은 결심 배경을 물었다. 그는 "서울대에서는 하기 힘든, 해보고 싶은 교육 실험을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 교육 실험은 ①학생들에게 창업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②대학이 기업과 함께 새로운 '창업 생태계'를 만들며 ③스타트업 경영대학원(MBA)을 세우고 40~50대 중장년층을 위한 재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짜는 일이었다.

    가천대와 천양현 회장의 제안

    ―가천대 '창업대학'은 어떻게 시작됐나.

    "가천대가 앞으로 10년 내 대학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어디에 힘써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작년 가천대 졸업생이자 NHN재팬 대표를 지낸 천양현(56) 코코네 회장을 만나 물었다고 한다.(천 회장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초·중·고 동창으로, 한게임재팬 대표를 역임했다.) 천 회장이 창업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하자 가천대는 올 초 '창업대학'을 별도 단과대학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누굴 학장으로 모셔야 하나 천 회장에게 물었더니 그가 나를 추천했다. 천 회장과는 5년 전 만났다. 박사과정을 밟고 싶다고 찾아왔다. 천 회장 덕분에 스타트업 세계에 눈을 떴고 실제 직접 창업도 했다. 그 뒤 형·동생으로 지냈는데 가천대에서 천 회장 조언을 받아들여 올 5월 초 내게 학장을 제안했다." (천 회장은 가천대 창업대학 공간 조성에 30억원을 투자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가천대 제안을 받고 어떤 기분이었나.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가천대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잘 모르는 학교였다. 제안을 받고 알아보니 지난 10년간 굉장히 혁신을 해온 대학이더라. 뭔가 방향이 정해졌다 싶으면 그쪽으로 전력 질주해온 것이다. '창업대학'을 한 학기 만에 실현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어떤 권한을 갖고 일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전권을 주겠다'고 했다. 고심 끝에 가기로 결심했다."

    교육 현장의 새바람 '창업'

    ―대학이 왜 창업을 가르쳐야 하나.

    "지금 교육 현장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생들이 창업을 선망한다. 서울대에도 똑똑한 학생들은 대기업 입사나 고시 합격보다 회사를 차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자는 생각을 한다. 대기업 가봤자 연봉은 뻔하다는 거다. 특히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들은 자기가 원하는 걸 하고 싶은 욕망이 굉장히 강하다. 고교 때까지 억눌렸던 자율성을 펼치고 싶어 한다. 창업은 그 출구인 셈이다. 이런 시대 대학이 해야 할 일은 학생들이 원하는 걸 받쳐주고, 기회를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서울대에서 스타트업을 만든 계기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학생들 대상으로 '창의융합세미나' 수업을 기획해서 몇 년 진행했다. 아이템을 내고 팀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까지 하는 수업이었다. 학생들에게 '실패해도 괜찮으니 스타트업 해봐라' '도전해 보라'고 얘기했는데, 스스로 '그러는 난 뭘 도전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심각하게 하게 됐다. 그래서 1년 반 전 창업했다. 화상 교육용 플랫폼 스타트업 '트랜스버스'다. 코로나가 터져서 '줌'으로 비대면 수업을 했는데, 회의용이라 교육하는 데 쓰기가 불편했다. 직접 '에보클래스'라는 교육용 플랫폼을 만들고 사업화했다. 내가 창업을 하니 학생들에게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나도 해봤는데, 실패해도 인생에 도움되더라. 도전해 보라'고."

    ―창업대학을 서울대에서 만들면 안 되나.

    "나도 가천대 제안을 받고 '서울대에서 하면 어떨까' 먼저 생각했다. 그러나 어렵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10여 년 겪어본 서울대 분위기로 봐선 한 2년간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만 하다가 안 될 확률이 높다."

    ―왜 그런 생각을 했나.

    "학과 이기주의가 심하다. 수업 하나 새로 개설하는 것도 6개월에서 1년간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른 학과 기존 수업과 중복되지 않는지 심사하고 의견을 듣다가 결국 축소되거나 못 하게 되는 걸 여러 번 봤다. 수업 하나도 그런데 단과대 하나를 새로 만들 수 있겠나."

    ―'서울대 교수' 직함을 버리는 게 아쉽지 않나.

    "원래부터 서울대 교수가 인생의 꿈이 아니었다. 내가 하려는 일의 과정이지, 종착역은 아니다.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테뉴어(교수 종신재직권) 받았다고 해서 10년, 20년씩 왜 머물러야 하나. 서울대가 학부 교육의 새로운 실험을 하기 위해 2009년 '자유전공학부'를 만들었다. 그걸 12년간 일궈오면서 자부심이 있다. 이제 새로운 곳에서 또 해보고 싶은 걸 할 기회가 생겼으니, 떠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

    ―연봉은 얼마나 올라가나.

    "서울대보다 많긴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서울대에 계속 있으면서 강연 등을 하면 총수입은 더 많을 수 있다. 연봉보다는 창업대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비전과 권한에 더 마음이 갔다."

    스타트업·교육 둘다 잘할 수 있는 기회

    ―교육 실험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학생을 바꿔보고 싶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은 굉장히 똘똘하니까 뭘 해도 다 알아듣는 학생들이다. 그런 친구들을 가르치는 것도 큰 보람이지만, 가천대 학생들은 교육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한다. 다들 똑똑하지만 서울 시내 대학에 들어오지 못한 좌절감도 약간 있을 것이다. 잠재력은 더 크다고 본다. 이 아이들을 데리고 교육 효과를 시험해보자는 열망도 생겼다."

    ―가천대로 옮기는 다른 이유도 있나.

    "창업한 회사가 점점 커지면서 (현재 직원 16명) 학교와 회사 일 둘 다 성공적으로 병행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책임감도 커지고 더 잘하고 싶어졌다. 그런 시점에 가천대가 '창업대학' 학장을 제안하니까, '일괄 타결' 방안 같았다. 학장으로서 내 성과는 학생을 잘 가르치는 동시에 회사를 잘 운영하는 거다. 내가 망하면 학생들에게 '창업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할 수 없지 않나. "

    ―가천대 창업대학은 어떻게 운영되나.

    "3학기 이상 수료한 학생 30~40명 정도를 매 학기 뽑아서 '창업학기제'를 운영한다. 기업가 정신, 창업 프로젝트 등 6과목을 들으면 창업 부전공을 인정해 준다. 이 가운데 우수 학생 15명을 선발해 실제 창업을 할 수 있게 전폭 지원할 예정이다. 창업 자금을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지원해 줄 예정이다. 졸업 전에 창업하면 '창업학'을 주전공으로 학위를 받을 수도 있다. 창업대학은 올 초 준공한 AI공학관 6층(약 2400㎡) 전체를 사용하는데, 이곳에 훌륭한 스타트업들도 입주시킬 거다. 같은 공간에서 학생들이 스타트업과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일하면서 멘토링도 받을 수 있다. 가천대가 한국의 실리콘밸리인 판교 인근에 있기 때문에 IT 기업들과 새로운 '창업 생태계'를 이룰 것이다. 여기서 10년 안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게 하겠다."

    '인간에 대한 이해' 가르치는 프로그램

    ―타대학 창업 프로그램과 차별점은.

    "수업이나 융합전공이 아니라, 단과대학이 별도로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또, 가장 다른 점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가르친다는 거다. 보통 창업 스쿨 하면 제안서 쓰기, 투자받기 같은 실무적인 뻔한 내용을 가르친다. 하지만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공감되는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바로 그게 인간을 연구하는 내가 학장으로 가는 이유다. 또, 학생들이 창업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가 학과 공부 할 시간이 없어서 졸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수 학생 15명은 창업 활동을 열심히 하면 그걸 인정해줘 매 학기 최대 12학점을 부여할 예정이다. '안전한 실패'를 보장하기 위해서 등록금도 전액 면제해 준다."

    ―창업대학에서 대학원도 계획하고 있나.

    "스타트업을 위한 MBA 과정을 계획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재무도 다르고, 기업가 정신도 다른데, 그들을 위한 MBA가 (국내엔) 없다. 이 과정은 글로벌 오픈하고, 거기에 다양한 멘토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네트워킹도 하려 한다."

    ―학령인구가 줄어 지방대학은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어떤 생존 전략이 있을까.

    "현재 교육은 예산이나 제도가 모두 20대 중심으로 짜여 있다. 인간 평균 수명이 40~50대에 불과하던 500년 전에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평균 수명이 80세가 된 지금, 엄청난 변화가 필요하다. 그 변화는 '40대+'가 갈 수 있는 두 번째 학교라고 생각한다. 3년 전부터 이런 주장을 하면서 '트랜스버시티(Trans+University)'로 이름도 정해 놨다. 앞으로 대학은 20대 창업과 40대 이상 재창업을 다 고민해야 한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에게 이 아이디어를 말했더니, 바로 '같이해보자'고 하시더라. 그러니 서울대보다 재미있지 않겠나."

    ☞장대익

    인간 본성과 기술 진화를 연구하는 진화학자·과학철학자.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과학사·과학철학 협동 과정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2020년 교육 플랫폼 스타트업 '트랜스버스'를 창업해 대표를 맡고 있다. '다윈의 식탁' '울트라 소셜' 등을 썼다.

    기고자 :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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