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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임윤찬 나란히 앉아… '네 손'으로 들려준 모차르트

    김성현 기자

    발행일 : 2022.08.22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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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휘자 김선욱·피아니스트 임윤찬, 피아노 한 대로 함께 '깜짝 앙코르'

    20일 저녁 롯데콘서트홀. 지휘자 김선욱(34)과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협연을 마치고 잠시 퇴장하자 무대 전면(前面)에는 피아노와 의자만 덩그러니 남았다. 하지만 공연장 관계자들이 피아노 의자 하나를 더 들고 들어왔다. 무언의 뜻을 알아차린 관객 2000여 명은 열렬한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무대로 돌아온 김선욱과 임윤찬은 피아노 한 대 앞에 나란히 앉아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연탄곡(連彈曲)을 '깜짝 앙코르'로 선사했다. 묵직하고 단단한 김선욱의 저음과 환하게 빛나는 임윤찬의 고음이 한 건반에서 어우러졌다. 방금 협연을 마친 지휘자와 협연자가 함께 앙코르를 들려주는 것도 무척 이례적인 풍경. 연주 도중 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번갈아 악보를 넘겨주었다.

    김선욱 역시 2006년 영국 최고의 리즈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이자 아시아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당시 그의 나이 역시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자인 임윤찬과 같은 18세였다. 당시 지휘자 정명훈은 국내외 연주회에서 김선욱을 협연자로 초대하면서 그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16년이 흐른 뒤 이번엔 김선욱이 지휘대에 서고 임윤찬이 협연하는 것으로 처지가 바뀐 셈. 연주회가 끝난 뒤 김선욱은 인터뷰에서 "윤찬이의 연주를 보고 있으려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물론 지금 윤찬이가 (당시 나보다) 훨씬 낫지만…" 하며 웃었다. 둘을 묶어주는 공통분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교 17년 선배인 김선욱은 후배 임윤찬의 장점에 대해 "누구보다 강한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무대에서 설득력 있게 전달할 줄 아는 점이야말로 독주자의 미덕"이라고 말했다.

    이날 KBS교향악단의 연주로 이들이 협연한 곡은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1번. 멘델스존은 롯데콘서트홀의 여름 음악제인 '클래식 레볼루션'의 올해 주제이기도 했다. 콩쿠르 우승 이전에 연주곡이 확정됐기 때문에 임윤찬으로서는 '자유곡'보다는 '지정곡'에 가까웠다. 하지만 1악장 도입부부터 그의 피아노는 온화하고 기품 있는 멘델스존이 맞나 싶을 만큼 마구 들끓어 올랐다. 뜨거운 열기를 분출하는 그의 해석은 멘델스존보다 차라리 라흐마니노프를 연상시켰다. 서정적인 2악장에서는 페달로 음의 여운을 남긴 뒤 잔잔한 호수에 찰랑찰랑 물결을 일으키듯 특유의 영롱한 오른손 선율을 선보였다.

    이날 '깜짝 앙코르'를 마친 뒤에도 김선욱은 무대 뒤로 물러나 임윤찬에게 박수를 양보했다. 그 뒤에도 임윤찬이 추가 앙코르로 멘델스존의 환상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직접 의자 하나를 들고 나간 뒤 단원들 뒤에서 조용히 경청했다. 16년 전의 음악 영재가 지금의 또 다른 영재를 부지런히 챙기는 모습에서 한국 음악계의 성장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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