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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연료 시멘트공장 오염기준, 소각장보다 5배 약해

    박상현 기자 이유민 인턴기자(성균관대 국어국문학 4학년)

    발행일 : 2022.08.22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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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 소각 과정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관리 허술

    지난 18일 오후 충북 단양군 한 시멘트 공장. 바로 옆 야산의 나무들이 회색 페인트를 뿌려놓은 듯 분진에 범벅이 돼 있었다. 요 며칠 내린 비에 가루약을 물에 갠 것처럼 분진이 반죽이 돼 나무에 들러붙은 것이다. 이 공장에선 쓰레기를 연료로 삼아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었다.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포함됐을지도 모르는 분진이 공장 밖으로 새어나가 야산을 뒤덮은 것이다. 하지만 이날 이 공장 굴뚝에 설치된 원격감시체계(TMS)상으로는 오염 물질 배출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시멘트 공장에서 각종 쓰레기를 소성로(燒成爐) 연료 겸 시멘트 원료로 쓰고 있지만,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 관리는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산성비의 원인이자 식물을 고사(枯死)시키는 물질인 질소산화물의 경우 시멘트 업계의 배출 기준이 일반 쓰레기 소각장보다 5배 이상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환경부에 따르면, 시멘트 업계에 대한 대기오염 물질 배출 기준은 5년마다 강화돼 왔다. 하지만 정작 높아진 기준을 적용받는 공장은 전국에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시멘트 소성로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기준치를 2015년 최대 100PPM에서 2020년 최대 80PPM으로 바꾸면서도 "2007년 1월 31일 이전 설치 시설은 270PPM을 적용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런데 2007년 2월 이후 새로 지어진 시멘트 공장이 한 곳도 없어 현재 국내 전체 시멘트 공장 44곳이 가장 약한 배출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배출 기준을 강화한 실효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요즘 시멘트 업계에선 석회석만으로 시멘트를 만들지 않고, 생활 폐기물, 사업장 폐기물 등 각종 쓰레기를 소성로에 함께 집어넣고 태운 후 남은 소각재를 시멘트 재료로 함께 쓴다. 쓰레기는 소성로 온도를 빠르게 높이는 불쏘시개 같은 연료 역할을 하면서, 다 타고 나면 석회석과 섞여 분쇄된 후 시멘트로 만들어진다. 쓰레기가 시멘트를 만드는 연료이자 재료인 셈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시멘트 공장의 연간 폐기물 사용량은 2017년 699만7000t에서 2021년 904만7000t으로 4년 새 30% 가까이 늘었다.

    쓰레기를 태우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도 최소 일반 소각장 배출 기준에 맞춰 관리되는 게 맞는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시멘트 공장과 소각장 모두 24시간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감시받는 TMS 대상인데, 전송 항목 숫자부터 차이가 난다. 소각장은 일산화탄소·질소산화물·먼지·염화수소·황산화물 등 5종을 감시받지만, 시멘트 공장은 질소산화물·먼지·염화수소 등 3종에 불과하다.

    배출 기준은 더 크게 차이가 난다. 소각장의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은 50PPM으로 시멘트 공장(270PPM)과 비교해 보면 5배 이상 강하다. 시멘트 공장이 밀집한 중국 장쑤성의 시멘트 업체에 대한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24.3PPM)은 우리나라보다 11배 더 강하다. 환경부가 시멘트 업계의 대기오염 물질 관리를 사실상 방치한 가운데, 작년 기준 국내 연간 질소산화물 최대 배출 업종은 4만9192t을 배출한 시멘트업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폐기물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환경부가 시멘트 업계를 봐준다는 시각도 있다. 시멘트 소성로에 넣어 태운 쓰레기에 대해서는 정부가 소각·매립 문제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환경부 입장에서는 시멘트 업계가 쓰레기 처리 고민을 일정 부분 해결해주는 측면이 있는 셈이다. 대표적 기피 시설인 소각장 신규 증설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시멘트 업계를 통해 쓰레기 처리를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대기오염 물질 배출 기준이 업계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건 업종 특성을 고려한 것이지만, 시멘트 업계가 석회석뿐만 아니라 쓰레기도 태운다면 배출 기준도 소각 시설에 맞춰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환경부는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업계에 따라 배출 기준이 달라 빚어진 현상으로 보인다"며 "2025년 신규 적용되는 기준에서 해당 내용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기고자 : 박상현 기자 이유민 인턴기자(성균관대 국어국문학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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