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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여름과 헤어질 무렵

    곽아람 Books 팀장

    발행일 : 2022.08.20 / Books A1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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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섭게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저녁이 되면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여름이 서서히 가고 있습니다. 더워서 못 살겠다 투덜거리면 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셨죠. "광복절 지나면 괜찮아져. 8월 15일 이후엔 물이 차서 해수욕도 안 한다잖니." 신기하지 않은가요? 지구온난화로 세상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데, 그래도 매년 8월 중순이 되면 작열하던 햇살이 숨을 죽이고 시끌벅적했던 계절도 가을의 고요를 향해 달려간다는 게요.

    더위와 집중호우라는 이중고가 닥쳤던 여름이었지만 계절을 떠나보내는 마음은 언제나 아쉽습니다. 창밖의 무성한 잎새들과도 곧 작별이겠구나, 생각하던 중 거실에 놓아둔 책 한 권에 눈이 갔습니다. 푸른 숲으로 가득 채운 표지가 청량한 여름 기운을 뿜어내는 마쓰이에 마사시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비채)입니다.

    책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여름 별장에서는 선생님이 가장 일찍 일어난다." 1982년, 건축학과를 갓 졸업한 주인공이 건축 거장 '무라이 선생'의 가루이자와 별장에서 여름 한철을 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 배움에 대한 청춘의 열정, 설계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건축가들의 경합 등이 정갈하게 어우러집니다. 마쓰이에는 데뷔작인 이 책으로 요미우리문학상을 받았죠.

    책의 원제는 '화산 기슭에서(火山のふもとで)'이지만, 서정적인 우리말 제목 덕에 매 여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다음 주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 곧 매미 소리 그치고 귀뚜라미 울겠죠. 이제는 여름을 놓아주어야 할 시간…. 그렇지만 너무 서운해 마세요. 기억 속 청춘이 영원하듯이 이 여름도 오래 마음에 남을 겁니다.
    기고자 : 곽아람 Books 팀장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84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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