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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 살리고 떠난 아드님 뜻, 저희가 이을게요"

    김광진 기자

    발행일 : 2022.08.20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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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때 장기기증 이태경군 아버지… 장기기증 서약한 고교생들 만났다

    "장기를 기증한 아들에게 '대견하다'는 말을 직접 해주지 못했어요. 대신 여러분에게 오늘 그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지난 6일 오후 3시쯤 서울 서대문구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회의실. 이 말을 하는 이대호(60)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씨의 아들 이태경군은 열아홉이던 지난 2010년 8월 뇌와 척수에 종양이 생겨 뇌사 판정을 받았다. 결국 이군은 세상을 떠났지만 장기를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렸다. 그 후로 12년이 지났다. 아버지 이씨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안으로 지난 6일 당시 아들 또래인 고교생 4명을 만나 당시를 떠올리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 만일의 사태가 생기면 '장기 기증을 하겠다'고 서약한 학생들이다.

    지난 2010년 당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홀로 작은 채소 가게를 하던 이씨에게 아들은 든든한 지원군이자 둘도 없는 친구였다. 하지만 2010년 7월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요즘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아 학교에서 칠판 보기 불편하다"고 했다. 얼마 후 한 대학 병원에서 들은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신경 교종증'이란 들어보지도 못한 병이었다. 뇌와 척수 내부에 있는 신경교세포에 종양이 생겼고, 이 종양이 시신경을 누르고 있어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곧바로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시작했지만 태경군은 다음 날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일주일 뒤 태경군은 의사에게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 후 이씨는 아들이 깨어날까 실낱 같은 기대를 하며 온종일 병원을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병원 안 장기 이식 센터 앞에서 한 아이를 마주쳤다. 대여섯 살 정도로 보인 그 아이는 주삿바늘을 꽂은 채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몇 년 전 아들이 한 말이 떠올랐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나온 TV 다큐멘터리를 보던 태경이는 "아버지 저도 나중에 장기 기증을 해서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라는 말이었다. 그 직후 이씨는 장기 이식 센터를 찾아 장기 기증 절차를 밟았다. 심장, 폐, 간, 신장, 췌장 등을 7명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이날 이씨 얘기를 묵묵히 들은 열여덟 김연재, 황은빈, 이가연양과 이보다 한 살 많은 송지형양은 "우리도 다른 사람을 위한 실천을 시작하는 의미로 장기 기증을 서약했다"고 답했다.

    간호사를 꿈꾸는 송지형양은 "대가 없이 남을 위해 뭔가를 나누는 일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연재양은 "장기 기증 서약을 한 것이 앞으로 장기가 필요한 환자들에 대한 작은 응원이 되길 바란다"고 했고, 황은빈양은 친구들에게 장기 기증 결심을 했다는 걸 자랑하고 추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명과학 연구원을 꿈꾸고 있는 이가연양은 "생명을 다루는 공부를 하기 전에 실천부터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한 것과 훗날 내가 하게 될 생명을 살리는 연구가 함께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네 사람은 이날 '존경'의 꽃말을 담은 분홍 장미와 감사하는 마음을 쓴 편지를 준비해 이씨에게 건넸다. 편지에는 "두 분의 나눔을 깊이 기억하며, 아픈 환자들을 돕는 사람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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