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누구나 '차별없는 세상'을 말합니다. 차별 반대 시위를 한다는 건 그만큼 각종 차별 요소가 여전하다는 이야기겠지요. 세계 최고 몸값의 스타들이 모이는 해외 유명 리그 축구장에서도 여전히 인종차별 반대 구호가 연일 식지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색다른 풍경을 보았습니다. 영국 커먼웰스 경기장인데요, 사실 영연방 국가 잔치라고 생각해 관심이 덜했던 분야입니다. 올해 영국 여왕 즉위 70년을 맞아 좀 더 성대하지 않을까 했지만, 기존에 본 적이 없으니 비교될 리도 없었죠.

왕실잔치처럼 화려한 모자쓴 이들이 경기장을 점유하나 싶었더니, 지역 주민들과 해외 손님들이 관중석을 꽉 채우더군요. 세 다리로 된 국기가 신기해 찾아본 아일오브맨(Isle of Man)이라는 국가를 비롯한 72개 영연방 국가의 국기를 살펴보다보니 어느 덧 시선은 육상 트랙 위로 향했습니다.

론진 타임키핑을 위해 각종 장치를 살펴보던 중이었는데요, 포토피니쉬를 위한 사진을 찍는 카메라가 깃대에 4개, 아랫쪽에 하나가 따로 붙어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알고보니 휠체어 장애인 선수를 위한 장치라고 했습니다. 알고보니 장애인과 비장애인 경기가 동시에 열리는 것이더군요. 올림픽 경기를 보다보면 장애인 올림픽은 올림픽 개최된 뒤에 열리게 돼 있어 아무래도 관심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요. 이렇게 함께 한 경기장에서 열리는 걸 보니 관객들이 여기서 박수, 저기서 탄식, 여기서 경악, 저기서 감탄이더군요. 서로 차이는 있을 지 몰라도 차별하지 말자는 그들의 뜻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자는 것도 아닙니다. 그걸 얼마나 실천하느냐는 다른 문제이니까요. 한쪽에서 차별 철폐를 두고 커먼웰스 경기가 열리지만 다른 한쪽에선 축구장 인종차별로 시끄러웠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장치 조차 없었다면 차이와 차별을 이야기할 공간 조차 제대로 서지 않는듯 싶었습니다.

국내외로 시끄럽습니다. 이럴 땐 잠시 귀를 닫고 자연에 귀의하고 싶어집니다. 부티크 4~5면에 마련된 넓다란 풍광 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여름 휴가 철을 맞아 특집으로 꾸려봤습니다. 아직 휴가를 가시지 못한 분들을 위한 초대장이며, 휴가를 이미 다녀오신 분에겐 휴가의 여운을 다시한 번 느껴보십사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현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잠시 푸르른 온천 물과 태백산맥 능선을 바라보며 순간의 사치를 누려보는 건 어떨까요. 21세기 최고의 사치는 자연이라지만, 수많은 CEO들을 인터뷰했을 때 그들은 '시간'이란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세상 좋은 것들이 주어져도 즐길 시간이 없다면 효용이 없고, 같은 시간이라도 누가 더 쓸모있게 쓰느냐에 따라 그 사람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이었죠.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 이젠 어떻게 누리느냐의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기고자 : 최보윤 편집국 문화부 차장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390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