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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칼럼] 괴물이 된 민노총에 날개까지 달아주기

    박정훈 논설실장

    발행일 : 2022.08.19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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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집단 활극을 벌이는 블랙박스 동영상이 온라인에 나돌고 있다. 화물연대가 봉쇄했던 전국 어느 공장이나 물류센터 중 하나였을 것이다. 캄캄한 밤, 파업에 불참한 기사가 어둠을 틈타 트럭을 몰고 사업장에 진입하려 한다. 그러나 잠복 중인 조합원들에게 발각되고 네댓 명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달려든다. 놀란 기사가 후진해 도망치려 하지만 조합원들은 놓아주지 않는다. 트럭에 몽둥이질을 해대더니 돌덩이를 던져 운전석 유리를 깨버린다. 영상은 기사가 절망적인 욕설을 내뱉으며 큰길로 탈출하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지난 5·6월 화물연대 파업 때 체포된 조합원은 78명이었다. 동영상 속 등장인물들이 여기에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설사 체포되었어도 이들은 겁내지 않았을 것이다. '노동 단결권'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쟁의 중 불법을 관대하게 처리하는 것이 우리의 사법 관행이기 때문이다. 입건돼도 기소유예가 대부분이고 기소까지 가더라도 벌금형이 고작이다. 화물연대 파업이 끝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도로를 막고, 폭력을 휘두른 주동자들은 아직 검찰 송치조차 되지 않았다. 공권력과 법원마저 흐물흐물하니 무서울 것이 없다. 그러니 마음 놓고 불법을 저지른다.

    민노총은 우리 사회 최대의 문제 집단이다. 모든 부문이 선진화로 향하는 대한민국에서 민노총은 비정상을 넘어 통제 불능의 기형적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민노총 하면 조폭 이미지를 떠올린다. 공장을 멈춰 세우고, 공사를 훼방 놓고, 집단 괴롭힘으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이 동네 조폭을 빼닮았다. 시너 통을 들고 분신하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다. 자해 공갈단과 다르지 않다.

    민노총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많다. 민노총은 노동자 편이라고 할 수 없는 집단이다. 입으론 "노동자가 주인인 세상"을 말하지만 결코 다수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 올 연초 CJ대한통운을 쑥대밭으로 만든 민노총 조합원은 1600명이 전부였다. 택배 기사 2만명 중 92%는 일하고 싶다고 했지만 8%의 소수가 다수를 제압하고 택배망을 마비시켰다.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주동자 역시 116명에 불과했다. 대우조선과 협력업체 노동자 10여만명은 조업을 원했지만 1%도 안 되는 116명이 작업 라인을 56일간 멈춰 세웠다.

    민노총이 노동자 단체라는 것도 절반만 진실이다. 노조라기보다 1980년대 운동권식 세계관에 빠진 정치·이념 집단에 가깝다. 이들이 노동 문제와 상관없는 한미 동맹 해체를 주장하고 북한 입장을 앵무새처럼 대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주말 민노총은 대규모 집회를 열고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우리는 반미다"를 외쳤다. '미국과 싸우자'는 반미는 노동자 이익에 반하는 반노동적 주장이다. 한미 동맹이 흔들리면 경제가 악화되고 일자리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 단체라면서도 노동자 권익을 반미·종북 아래에 두는 것이 민노총의 실체다.

    '괴물' 같은 존재가 된 민노총엔 무서울 것이 없다. 법 제도는 노동 편향의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짜여 있고, 행정과 사법 관행은 강성 노조의 일탈에 관용적이기 때문이다. 감옥 가는 것도 겁내지 않는 이들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이 손해배상이다. 피해 입은 기업에서 손배 소송을 당하고 가압류가 들어오는 것을 무엇보다 두려워한다. 대우조선 파업 때도 하청노조가 모든 것을 양보하면서 끝까지 매달린 것이 '손배 면제' 요구였다. 감옥이야 다녀오면 되지만 민사소송을 당하면 재산이 압류되고 경제적으로 괴롭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노총의 폭주를 견제할 유일한 수단마저 막아버리려는 입법이 거대 야당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올 정기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겠다는 이른바 '노랑봉투법'이 그것이다. 해고 통지서를 노랑봉투에 담아 보낸다는 것에서 이름 따온 이 법은 노동쟁의로 인한 손해는 폭력·파괴를 제외하고 다 면책시켜 준다는 것이 골자다(임종성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안). 사람을 때리거나 기물을 깨뜨리지만 않으면 공장을 점거해도, 도로를 봉쇄해도, 업무를 마비시켜도 손해배상 당하지 않게 특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오로지 민노총만을 위한 것임은 명백하다. 지금도 합법적인 쟁의 행위는 모든 민형사 책임이 면제되도록 법에 명문화되어 있다(노동조합법 제3·4조). 선의의 노동 약자들은 이 조항으로 충분히 보호받는다. 합법을 넘는 불법적 방식으로 투쟁하는 것은 오직 민노총과 그 산하 강성 노조뿐이므로 '노랑봉투법'이 통과되면 만세 부를 곳은 그들밖에 없다. 안 그래도 겁날 것 없는 좌충우돌 폭주 조직에 면책 특권의 '날개'까지 달아주겠다는 것이다.
    기고자 : 박정훈 논설실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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