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25년 만에 뭉친 재즈 어벤저스 "인생만큼 농익은 음악 선보일 것"

    윤수정 기자

    발행일 : 2022.08.19 / 문화 A16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꼭 매일 연습하던 30대 시절로 돌아간 것 같구먼!"

    최근 서울 양재동의 한 연주 합주실. 장응규(68)가 웃으며 한 음 한 음을 베이스 기타로 짚어내자 이정식(61)이 화답하듯 금빛 색소폰 소리를 얹었다. 두 사람에게 박자를 세주던 김희현(70)도 어느 새 스틱을 고쳐 잡고 드럼 소리를 높여갔다. 양준호(58)의 건반 화음은 가교처럼 세 사람의 소리를 단단히 이어붙였다.

    25년 만에 한데 모인 소리. 네 사람은 이날 1990년대 인기 재즈 올스타 밴드 '서울재즈쿼텟' 원년 멤버로 모였다. 당시는 국내 재즈 중흥기. 빌리 홀리데이의 재즈 보컬이 단골 광고음악으로 쓰였고, 도시 곳곳 재즈 카페에서 케니 지의 색소폰 소리가 흘렀다. 서울 재즈 쿼텟은 그 중흥기를 이끈 대표 밴드였다.

    개개인 이름은 현 세대 재즈 연주자들의 살아있는 교본이다. 이정식의 색소폰 소리는 이승환, 서태지, 김현철 등 90년대 최고 인기 가수들의 음반을 채웠고, 김희현은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드러머로 활약했다. 장응규가 쓴 '재즈 베이스 교본'은 현재도 베이시스트들의 필수 교재. 양준호는 당대 가장 선구적인 재즈피아니스트이자 '한국의 빌 에번스'로 불렸다.

    '서울재즈쿼텟' 이름이 처음 쓰인 건 1989년 일본 공연 '한일 재즈트레인'이었다. 창작곡 '거북선'을 선보여 대호평이 쏟아졌다. "어디 한번 재즈로 한일전 제대로 해보자!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며 고른 곡이었죠(웃음)."(이정식)

    90년대 꿋꿋이 '창작곡'과 '즉흥 연주'를 앞세운 이들의 활동은 상당히 파격적인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해외 유명 재즈곡을 똑같이 따라 하는 공연이 주를 이뤘다. 이정식에게 "'차인표 곡' 연주해달라"는 요청도 빗발쳤다. TV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1994)에서 큰 인기를 끈 배우 차인표의 색소폰 연주 장면 소리를 녹음해 준 주인공이 바로 이정식이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그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런 건 재즈가 아니라 생각했거든." 이후 각자 활동이 바빠지면서 1997년 쿼텟 활동이 멈췄다.

    돌고 돌아 다시 모인 건 지난 6월 서울 합정동 재즈카페 가우초에서 연 한국재즈협회 후원 모금 공연 덕분. 이들이 무대에 오른다는 공지만으로 하루 만에 100석 규모 표가 매진됐다. "사실 연습 없이 가볍게 즉흥 연주하려 했는데 일이 커진 거지(웃음). 결국 공연 전 현희 형님이 운영하는 여의도 드럼스쿨로 전원 집합당했죠. 빡세게 연습해야겠다고."(이정식) 3만원 표값에 "이 연주진에 이 싼 가격 실화냐"는 반응이 빗발쳤고, 공연 끝 객석 전원 기립박수도 쏟아졌다. "얌전하게 베이스 치려 했는데 나이 먹고도 본성은 못 버리더라고. 결국 난리가 났지 뭐야."(장응규)

    짜릿한 라이브의 환희가 '재결성' 단어로 이어졌다. 이들은 오는 2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25년 만의 서울재즈쿼텟 콘서트를 연다. 이 또한 전석 매진돼 10월 중 장소를 옮겨 앙코르 공연을 열 예정. 공연 실황을 녹음해 연말쯤 음원으로, 내년 초 한정판 LP 음반으로도 발매할 계획이다. 재즈 보컬 웅산과 김준도 찬조 출연으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정식은 "'아, 저 사람들 이제 인생이 무르익었구나' 느낄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희현이 덧붙였다. "그래. 그럼 이따 저녁밥 먹고 여의도 가서 또 연습하자."
    기고자 : 윤수정 기자
    본문자수 : 166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