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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건설 중 보호구역(야생생물) 지정… 소들섬 논란

    박상현 기자 박지영 인턴기자 서보범 인턴기자

    발행일 : 2022.08.19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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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진 삽교호 철새 군락지 관통… 송전선로 사업 시끌

    17일 오전 충남 당진시 삽교호(湖) 안에 있는 소들섬. 온통 녹색으로 물든 이 섬 한쪽에선 포클레인 두 대가 흙을 퍼내고 있었다. 송전탑 건설을 위한 터 닦기 작업이다. 축구장 24개 크기(약 17만㎡) 습지(濕地)인 이 섬은 전체가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공사장 주변으로 백로와 왜가리 떼가 몰려들다 흩어지길 반복했다. 한 주민은 "철새와 텃새 수만마리가 몰려들어 장관을 이루는 곳인데 그 복판에 송전탑을 세우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생생물 보호구역 내 송전탑 건설을 두고 한국전력과 당진 주민들 사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환경부가 뒤늦게 보호구역을 지정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1월 금강유역환경청은 소들섬을 포함한 그 일대 274만㎡를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그 결과, 이미 공사 승인이 난 송전탑 부지 28개 중 5개가 보호구역에 속하게 됐다. 한전 측은 "2013년 이미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주민들은 "소들섬만이라도 송전탑을 지하화해 자연 경관을 지켜달라"며 맞서고 있다.

    이 송전탑 사업은 2008년부터 추진됐다. 충남 서북부 지역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화력발전소 등이 밀집한 당진시 일대에 송전선로를 까는 공사 중 하나다. 공사 주체인 한전은 2013년과 2015년 각각 환경부와 산업부에서 환경영향평가,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승인받았다. 작년 10월 당진시도 공사를 허가했다. 그런데 인근 주민들이 송전탑 부지에 철새 군락지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소들섬엔 한 해 8만마리 철새가 찾는다. 충남발전연구원 생태조사에선 흰꼬리수리, 수원청개구리, 노랑부리저어새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1~2급 개체들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이런 자료들을 근거로 "소들섬과 이 일대가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건 환경부 직무 유기"라면서 작년 11월부터 관할 환경청(금강청)을 압박했다. 실사에 나선 금강청은 두 달 만인 이듬해 1월 이 일대를 보호구역으로 뒤늦게 지정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보호구역으로 인정 받은 만큼 소들섬 구간 송전선로를 지하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은 난색을 표했다. 송전선로를 지하화하려면 공사비만 1㎞당 300억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소들섬 구간이 3.3㎞이니 추가 공사비만 1000억원가량 더 필요한 셈이다. 한전 측은 "주민들 거주지 부근은 6㎞ 정도를 지하화했다"면서 "이미 승인이 난 사업인데 계획을 변경할 형편이 아니다"고 했다.

    한전이 공사를 진행해도 법적으로 문제될 부분은 없다. 야생생물 보호구역이 '공사 금지 구역'을 뜻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소들섬의 생태적 가치'와 '추가 공사비 1000억원'을 사이에 두고 어떻게 가치판단을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한전 처지에선 진작 보호구역인 걸 알았다면 미리 면밀하게 검토했을 텐데 뒤늦게 통보하고 공사 계획을 새로 짜라니 난감해진 것이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문제라 거주지 인접에 따른 지상·지하화 결정은 주민 피해와 경제성을 절충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2017년 가입한 람사르 국제협약에 따라 습지 보호 의무가 있고, 소들섬은 이 조건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래픽] 송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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