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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신드롬] (下) 강원 '오션뷰' 개발의 그늘

    속초·양양=강우량 기자 속초·양양=박지민 기자 속초·양양=유재인기자

    발행일 : 2022.08.19 / 종합 A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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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해변 뒤엔 낙후된 마을… "개발 낙수효과 없어"

    지난달 초 찾은 강원 양양군의 인구해변 모래사장. 푸른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형형색색의 서핑복을 입은 70여 명이 자기 키보다 훌쩍 큰 서핑보드 위에 올라타 서핑 연습을 하고 있었다. 모래사장 뒤쪽으로는 은은한 조명을 설치한 세련된 인테리어의 커피숍과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 사이에 '클럽'이라고 적힌 노란색 간판이 삐죽 보였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이 클럽은 20~30대 젊은 층으로 붐볐다. 양양에서 15년 넘게 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는 장모(62)씨는 "3년쯤 전부터 젊은 사람들이 몰려들더니 이제 성수기에는 외지인 매출이 거의 70~ 80%를 차지한다"고 했다.

    인구해변이 있는 강원 양양군 현남면에는 이런 클럽이나 멋진 식당은 있어도 약국이나 개인 의원 등 의료 기관이 없다. 현남면 인구는 2950명으로 주민 중 43%가 65세 이상이다. 놀러 오는 젊은 층은 많지만 이곳에 사는 노년층을 위한 시설은 없는 셈이다. 현남면 주민 최모(68)씨는 "생활에 기본적인 게 잘 갖춰져 있지 않은데 젊은 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해 살려고 하겠냐"면서 "클럽부터 서핑 업체, 펜션까지 이 동네 근처로 와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외지인이고 이 동네 사람들은 별 재미를 못 본다"고 했다.

    양양이나 속초, 강릉 등 강원 동해안 도시에 최근 몇 년간 투자가 몰리고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해안선을 따라 고층 건물이 줄줄이 생겨나는 등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투자를 통해 일자리가 생기고 주택 분양 등이 늘어 세수가 늘어나면 지역에 가시적인 도움이 되지만, 아직 기존 주민들은 이런 '낙수 효과'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곳곳이 개발되지만 막상 이곳에 사는 주민의 생활은 여전히 불편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개발로 이익을 보는 것도 수도권 등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불만도 있다.

    예컨대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서울에서 양양을 차로 3시간 만에 갈 수 있게 됐지만, 주민들이 양양군 안에서 길게는 1시간씩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양양군에는 행정리(주민 생활권 등을 고려해 법정리에 설치한 행정구역)가 124개 있는데, 이 중 하루에 버스가 6번 이하로 다니는 곳이 72개에 달한다. 양양군 현남면에서 바닷가 인근에 사는 80대 최모씨는 "인근 도시인 강릉시 주문진 장에 가려는데, 대낮에도 한번 버스를 놓치면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또 인구가 190명인 양양군 서면 상평리에는 약국이 한 군데도 없다. 상평리 보건지소가 유일한 의료 시설인데, 그마저도 인력이 부족해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내과 진료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근 주민 박정자(83)씨는 "한 달에 1번씩 큰 병원이 있는 속초까지 다녀오는데, 1시간을 기다렸다가 30분간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관광 개발에 따른 부작용이 지역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강원 고성군 토성면에서 속초시 장사동까지 약 300m 길이로 조성된 '속초 카페거리'는 해안을 끼고 펼쳐진 동해 광경에 평일에도 관광객이 수백 명씩 몰린다. 하지만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고성군 용촌1리 주민들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골칫거리다. 용촌1리 주민 어춘화(77)씨는 "플라스틱 컵 같은 쓰레기가 바닷바람을 타고 마을 인근 대로에까지 쌓이기 일쑤"라고 했다.

    양양 낙산해수욕장 인근의 한 리조트 공사장 근처에선 지난 3일 가로 12m, 세로 8m, 그리고 깊이 5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편의점 건물 절반 가까이가 싱크홀 속으로 주저앉는 일도 있었다. 공사장 인근에서 한 식당을 운영했다는 30대 A씨는 "지난 2월부터 공사 때문에 이 근처 지반이 불안정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여기가 개발된다는 얘기에 건물주들이 세입자를 바꾼다며 그전에 오래 장사해 온 사람들을 쫓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 전문가들은 동해안 도시들이 관광 자원을 개발하면서 기존 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함께 개선해야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충익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광 개발을 하더라도 지역 주민을 일정 비율 채용하는 등 지역 주민과 관광산업의 연결 고리를 잘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고자 : 속초·양양=강우량 기자 속초·양양=박지민 기자 속초·양양=유재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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