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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신드롬] (下) 투자자 뭉칫돈에 해변 집값 치솟자, 토박이 주민들 내륙으로 밀려나

    속초·양양=박지민 기자 속초·양양=유재인 기자

    발행일 : 2022.08.19 / 종합 A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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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 기존 주택 전·월세도 상승

    지난달 초 찾아간 강원 속초시 동명동의 '속초롯데캐슬인더스카이' 아파트 단지 건설 현장 앞. "준공 검사 절대 불허한다" "주민들을 암흑 속에 살게 만든 ○○사장 광 속에서 살아봐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 60여 개가 붙어 있었다. 29층 높이 568가구 규모 이 단지는 2023년 2월 준공 예정이다.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한모(62)씨는 "바다가 보여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60~70%를 사들였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최근 몇 년 새 속초를 비롯한 강원도 동해안 도시에 바다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숙박 시설 등 고층 건물이 잇따라 들어서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원래 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높은 건물은 대부분 외지인 차지이고, 원주민들은 점점 바닷가에 살기가 어려워진다"고 푸념한다. 특정 지역이 개발되면서 원주민 등이 내쫓기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숙박 시설 등이 인기를 끌면서 가격이 오르자, 부동산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기존 빌라나 단독주택 등도 주말용 세컨드 하우스나 전원주택 용도로 외지인들이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최근 몇 년 새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금 공사 중인 롯데캐슬인더스카이의 경우 전용면적 85㎡ 아파트가 지난 2020년 4억원 안팎에 분양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당시 속초 평균 아파트 가격은 1억4000여 만원이었으나, 지난 6월 기준으로는 2억2000여 만원으로 2년 새 60%가 올랐다. 속초의 한 공인중개사는 "바닷가 새 아파트 영향으로 기존 집값이나 전·월세까지 슬금슬금 오르고 있어 원주민들은 해안에서 벗어나 교동이나 조양동 등 내륙 쪽으로 옮겨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주민들 사이에선 해안가 개발 과정에서 집이나 땅을 판 사람들도 마냥 웃을 수는 없다는 얘기가 많다. 땅 소유자 중에는 평생 이 일대에 산 고령자가 많은데, 개발로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 땅을 팔고 받은 돈으로 원래 살던 곳에 다시 정착하는 게 쉽지 않아 불만이 생긴다는 것이다. 양양 동산항 해수욕장의 한 호텔 공사장 인근에 사는 백모(82)씨도 "시공사에서 보상금을 주겠다고는 하지만, 평생 여기 살았고 부모님이 뒷산에 묻혀 계시는 이곳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데 어디를 가겠느냐"고 했다.
    기고자 : 속초·양양=박지민 기자 속초·양양=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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