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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魚'에 물린 개미들… 크래프톤 -48%, 카뱅 -20%

    김은정 기자 윤진호 기자

    발행일 : 2022.08.19 / 종합 A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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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가 '뻥튀기'에 개인투자자들 피해

    1년 전인 작년 8월 19일 상장한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렌탈은 상장 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주가가 공모 가격(5만9000원)을 넘어선 적이 없다. 18일 종가는 3만7700원. 공모가 대비 36% 낮은 수준이다. 치열한 청약 전쟁 끝에 공모주를 샀던 회사원 최모(49)씨는 "그래도 대기업 계열사인데 언젠가는 주가가 오르겠지 싶어서 떨어질 때마다 추가로 매수했더니, 손실액이 2100만원을 넘은 상태"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성장하는 기업이라더니, 뻥이었네"

    지난해 증시 활황 속에 터무니없이 고평가를 받고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피눈물을 쏟게 만들고 있다.

    작년 8월 상장한 게임사 크래프톤은 처음에 기업가치를 35조원으로 계산했다.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 내로라하는 세계 최고 엔터테인먼트·게임사들을 비교 대상으로 내세우면서 기업 가치를 한껏 포장했기 때문이다. 증권 신고서를 받아든 당국도 가치 평가에 거품이 심하다고 봤다. 결국 회사 측은 기업 가치를 10%가량 깎아 공모 가격을 49만8000원으로 정했다. 그랬는데도 현재 주가는 25만8000원. 공모 가격 대비 반 토막 났다. 카카오뱅크 주가도 공모가 대비 20% 하락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증시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증시 활황 속에 뻥튀기 입성했던 새내기 주식들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모주 투자에 나섰다 큰 손해를 본 투자자들 사이에선 "상장날이 그 회사 가치가 피크(최고)인 날"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가 돈다.

    증시에 새로 편입되는 기업들의 주가가 미끄러지면, 이 종목에 투자했던 개별 투자자는 물론이고 국내 시장 전체에도 손해다. 새내기 종목들은 상장 이튿날 종가를 기준으로 주가지수에 편입되는데, 이때 형성됐던 시가총액이 이후에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지수 전체를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성장성 높은 알짜 기업이 증시에 입성해 주가지수가 꾸준히 올라가야 국내 증시에 장기투자하는 사람도 많아질 텐데, 뻥튀기 신생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증시에 부담만 주는 형국이다.

    최근 1년 새 코스피 지수는 19% 하락했는데, 지난해 상장 기업 89곳 중 절반인 44곳은 최근 1년 가격 하락 폭이 코스피 하락률을 넘어서고 있다.

    ◇"공모가 높일수록 이익" 한탕주의 증권사

    IPO(기업 공개)를 주관하는 증권사들은 공모 가격이 높을수록 수수료를 많이 챙기는 구조다. 취득 수수료가 상장 주관 증권사가 맡은 주식 수×공모 가격×수수료율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회사 수익을 최대한 장밋빛으로 전망해 공모 가격을 높이려는 유인이 충분한 것이다.

    수수료율은 0%대에서 5%대 수준이다. 공모 규모가 1조원 이상으로 크고 시장의 인기가 많은 IPO는 수수료율이 1% 또는 그 미만으로 낮지만, 규모가 작거나 특례 상장 등 요건이 까다로운 건에 대해선 최고 5%대까지 높아지기도 한다. 여기에 공모 성과에 따른 0.2~0.3%의 인센티브도 붙는다. 일반 청약 증거금이 114조원 몰려 단군 이래 최대 IPO로 기록됐던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때는 11개 증권사가 몰렸는데, 수수료율 0.7%가 적용됐다.

    IPO 호황기였던 지난해 빅5 증권사는 IPO 인수 및 주관 수수료만 약 2000억원을 벌었다. 일단 기업 공개를 맡으면 유상증자나 ELB(주식연계채권) 발행 거래 등을 추가로 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IPO 업무를 맡고 있는 증권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대체로 자기 회사에 대한 객관적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을 알고 있지만, 간혹 일부는 실제보다 높게 평가받길 원하는 곳도 있다"면서 "그런 기업들로선 더 높은 가격을 매겨주겠다고 덤비는 증권사에 상장을 맡기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당국에서도 기업 평가 가치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경우 상장 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는 등 투자자 피해 방지에 나서고 있지만, 뻥튀기 상장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사 대표를 지낸 A씨는 "더 많은 수수료를 벌기 위해 공모가를 뻥튀기는 기관들의 행위는 우리 증시의 오래된 악습"이라면서 "투자자들에게는 명백한 배신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래픽] 기업공개(IPO) 공모액 추이

    [그래픽] 지난해 성장한 주요 기업 공모가 대비 현재 주가 등락률
    기고자 : 김은정 기자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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