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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로 연기된 '마스터플랜'
분당·일산·평촌 등 주민 불만
정부는 "재정비 방안을 신속히 추진 중이며, 대형 개발 사업의 마스터플랜 수립에 통상 2~5년이 걸린다"라고 해명했지만,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만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선 공약에 있어 재건축이 되겠다 생각했는데, 이번 정부에선 어려워진 것 아니냐" "2024년이면 총선 앞두고 기본 계획을 발표할 것 같다" "신도시가 총선 카드냐"는 의견도 있었다.
◇정부 "2024년까지 재정비 계획 수립"
1기 신도시는 지난해부터 차례로 재건축 가능 연한인 '준공 30년 차'를 맞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준공 30년이 넘은 평촌 아파트는 전체의 45.7%에 달한다. 분당(23.4%)과 산본(16.7%)도 노후 아파트 비율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오는 2026년이면 1기 신도시 아파트의 90%가 재건축 가능 연한을 채운다.
현행 규정으로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분당(184%)과 일산(169%)은 평균 용적률(토지 면적 대비 전체 건축 면적의 비율)에 다소 여유가 있지만, 평촌(204%)·산본(205%)·중동(226%)은 모두 200%가 넘는다. 건설 업계는 통상 용적률이 200%가 넘는 지역에선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분당과 일산도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지자체의 '지구단위계획' 규제 때문에 용적률을 대폭 높이는 방식의 재건축이 어려운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부동산 핵심 공약 중 하나로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를 내세웠다.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허용하고, 안전 진단 규제를 완화해 재건축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일부 아파트에서 재건축으로 사업 방향을 바꾸려는 수요가 늘었고, 주민끼리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번 8·16 부동산 대책으로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가 2024년 이후로 밀리면서 다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파트를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골조를 유지하면서 건물 면적을 넓히거나 층수를 올리는 방식이다. 주택 수는 기존 대비 최대 15%까지 늘릴 수 있다. 재건축보다 규제가 덜하고, 사업 속도도 빠르지만 내부 설계 변경이 제한적인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현 정부 임기 중 본격적인 재정비 사업 착수를 기대했던 1기 신도시 주민들 입장에선 허탈함을 느낄 수 있다"며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를 지켜보는 동시에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시적인 공급 물량부터 확보해야"
한편 부동산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 공급 대책이 성공하려면, 가시적인 공급 물량을 조속히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토지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고, 법령 개정이나 예산 확보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정부가 목표 물량을 공급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비교적 빨리 진행할 수 있는 국·공유지나 도심 역세권, 소규모 정비 사업 등을 먼저 추진하면서 대규모 공급을 위한 후속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민간 주도 공급을 위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 공급 효과가 안 나타나고, 너무 많이 풀면 집값 과열을 부추길 수 있어 적정 수준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비 사업이나 신규 택지 조성으로 인구가 늘면 교통 수요를 소화할 수 있는 교통망 확충 계획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수도권 1기 신도시 현황 기고자 : 정순우 기자 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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