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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42) 원곡과 번안곡의 거리, 그리고 올리비아 뉴턴 존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발행일 : 2022.08.18 / 여론/독자 A3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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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남이 1978년에 발표한 '내 고향 충청도'는 1·4 후퇴 때 충청도로 피란 와서 살게 된 실향민의 이야기를 정감 있게 그린 노래다. 실제로 황해도 남천(지금의 평산)이 고향인 조영남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어 실감 나면서도 애잔함이 느껴지는 이 노래는 현재 대전광역시의 야구팀 한화 이글스에서 응원가로도 사용되고 있다. 충청도를 대표하는 노래로 자리 잡은 것이다.

    고향의 정겨운 풍경을 연상시키는 이 노래가 서양 노래의 번안곡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조금 충격이었다. '내 고향 충청도'의 원곡은 'Banks of the Ohio (오하이오 강둑)'인데, 가사와 곡조 그 어디에서도 번안곡의 단서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곡과 완전히 다르게 가사를 지어 붙인 데다 원곡이 어떤 면에서 우리의 정서와 맞닿은 컨트리 음악이어서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청혼을 거절한 여인을 강둑으로 불러 살해하는 섬뜩한 노랫말로 이루어진 원곡은 이른바 'Murder Ballad(살인 발라드)'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이미 19세기에 나왔던 이 노래는 1927년에 처음 녹음된 이래로 많은 가수가 부를 정도로 유명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버전은 올리비아 뉴턴 존이 1971년에 발표한 것이다. 뉴턴 존이 노래한 'Banks of the Ohio'는 발표 당시 호주에서 1위, 영국에서 6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자극적이면서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한 노랫말과 다르게 명랑한 얼굴로 미소를 띠며 노래하던 모습은 부조화를 이루는데도 묘한 끌림이 있었다.

    '내 고향 충청도'를 떠올린 것은 뉴턴 존 때문이기도 하다. 암 투병을 하던 그가 지난 8일에 별세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SNS를 중심으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1970~ 80년대에 청소년 시절을 보냈던 누군가에게 뉴턴 존은 첫사랑이자 여신이었기 때문이다. 뮤지컬 영화 '그리스'에서 그가 보여준 청순한 이미지에 가슴 설렌 청춘을 보냈던 누군가는 그의 사망 소식이 유독 슬펐으리라.

    청순한 모습을 넘어 1981년에 발표한 '피지컬(Physical)'에서 농염한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하며 오랫동안 '청춘의 아이콘'으로 불린 그는 투병 중에도 암 연구 후원과 환경보호 운동 등에 앞장섰다. 2008년 호주 멜버른에 '올리비아 뉴턴 존 암 센터'를 설립한 후, 그 공적을 인정받아 2020년에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도 받았다. 이제 청춘의 어느 한때를 설레게 했던 그는 갔으나 천상의 그것처럼 맑고 청아한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귓전에 맴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기고자 :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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