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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은희석 신임감독 꼴찌탈출 선언

    용인=김상윤 기자

    발행일 : 2022.08.18 / 스포츠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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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구명가 삼성, 재건은 지옥에서 시작됐다

    남자 프로농구 2022-2023시즌은 두 달 후인 10월 15일 개막한다. 서울 삼성 썬더스의 은희석(45) 신임 감독은 누구보다 다가오는 시즌을 설렘 속에 기다린다. 삼성은 지난해 9승 45패, 1할대 승률로 최하위 수모를 맛봤고, 은 감독에게 '구원투수' 역할을 맡겼다. 그는 KGC 인삼공사에서 은퇴한 뒤 1년간 코치로 있다 모교 연세대 감독으로 부임했고, 당시 중위권을 맴돈 연세대를 몇년간 공들인 끝에 최강으로 이끌었다. 연세대는 은 감독 지휘 아래 대학농구리그 5회 연속 우승 위업을 이루기도 했다.

    최근 훈련장인 용인 삼성 트레이닝센터(STC)에서 만난 은 감독은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도전자로서 기대감이 더 크다"며 "현 위기를 극복하고 팀에 사라진 투지를 되살리기 위해 '올드 스쿨(Old School)', 즉 옛날 농구에서 답을 찾았다"고 했다. 은 감독은 팀을 맡은 뒤 가장 먼저 훈련량부터 늘렸다.

    "하루 한 시간의 마법, 투지를 되살린다"

    삼성의 훈련은 오전 7시 시작된다. 아침 먹고 9시 30분 시작하던 훈련을 두 시간 반 정도 앞당겼다.

    "선수들이 식사 전 한 시간 정도 가볍게 공 만지고 패스, 슈팅 하는 시간을 만들었어요. 그 소리를 들은 한 선배님이 '손 감각 무딘 아침에 공 다루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뜻밖의 효과도 봤네요, 하하."

    과거 일주일이던 국내 전지훈련도 2주로 늘렸다. 강원도 한 스키장에서 눈 없는 아스팔트 코스 오르막길을 달리며 극한 훈련을 소화했다. 새로 팀에 합류한 베테랑 이정현(35)이 "지옥 같다"고 했고, 프로 2년 차 이원석은 "꿈도 꾸고 싶지 않다"고 했다. 8월부터 팀 훈련과 연습 경기로 시즌을 준비 중이다. 삼성 관계자는 "감독님이 체력 강화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고 말한다.

    팀 훈련 코트 한쪽 벽에는 'Family(가족)'와 'One Team One Goal(하나의 팀, 하나의 목표)', 다른 한쪽에는 'De fense(수비)'와 'Rebound(리바운드)'라고 새겨진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모두 은 감독이 직접 고른 문구라고 했다.

    "강한 수비, 다섯 명 모두가 가담하는 리바운드를 강조하고 있어요. 조직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트랜지션 오펜스(공수 전환 때 공격을 빨리 하는 것)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게 제가 추구하는 농구죠. 훈련할 땐 하나가 돼 최선을 다하고, 끝난 뒤엔 가족처럼 지내는 팀 문화를 만들자는 뜻도 담겨 있어요."

    대학·프로 시절 뛰어난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선수들이 상대를 막아냈을 때 희열을 느껴 더 재미있게 수비했으면 좋겠다"며 "키가 작아도 리바운드를 따낼 수 있다는 열정도 심고 싶다"고 했다.

    은 감독에겐 당장의 성적과 함께 팀의 미래를 길러내는 임무도 맡겨졌다. 삼성은 최근 신인 드래프트에서 즉시 전력감보다는 나이가 어린 차민석(21)과 이원석(22)을 지명했다. 노련한 가드 이정현을 '취임 선물'로 받은 은 감독은 "이정현이 가세하면서 메인 볼 핸들러 김시래(33)의 부담이 줄고,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우며 성장할 환경이 마련됐다"고 했다.

    "대학 감독 출신은 실패한다? 편견이다"

    농구계에선 '대학 감독 출신은 프로에서 실패한다'는 통념이 존재한다. 삼성 역시 중앙대 최강을 이끈 김상준 감독이 2011년 부임했다가 성적 부진으로 한 시즌 만에 사임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은 감독은 이에 대해 "대학 감독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묵묵히 선수를 길러낸다"며 "편견과 평가절하가 줄어들도록 내가 더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대학 감독 시절 스파르타 훈련과 함께 학구파로도 유명했다. 지금 사용하는 감독실 테이블에는 코치들이 사용하는 노트북 컴퓨터 여러 대가 놓여 있었다. 한쪽 벽면에 새로 달아놓은 화이트보드에는 '2-1-2''2-2-1' '¾ 지점 스틸' 등 각종 작전을 암시하는 단어가 줄줄이 적혀 있었다.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학(SMU)에 연수 갔을 때 래리 브라운(82) 감독이 하던 것에서 착안했어요. 코치들과 함께 앉아서 각자 업무를 보다가 외국 경기 영상도 함께 보고, 화이트보드에 떠오르는 걸 적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새 아이디어를 얻는 거죠."

    브라운 감독은 미국 농구 역대 최고 명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은희석 감독은 "프로팀 선수와 코치, 대학팀 감독 등을 하며 국내외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앞으로 팀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했다. 올 시즌 목표를 플레이오프 진출로 내세운 그는 "우린 지난 시즌 꼴찌고 다른 팀의 먹잇감이다. 다른 9팀이 모두 넘어야 할 산이지만, 물러설 곳이 없는 팀의 무서움을 보여주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기고자 : 용인=김상윤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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