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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아름다운 실수

    김성신 출판평론가

    발행일 : 2022.08.18 / 특집 A2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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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하지 않은 일, 실수투성이라도 만회하려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코리나 루켄 지음 l 김세실 옮김 l 출판사 나는별 l 가격 1만4000원

    이 책의 책장을 열면, 왼쪽 면에 "시작은 이러했어요"라는 문장이 적혀 있어요. 그리고 오른쪽 면에는 풍선 같기도 하고, 달걀 같기도 한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어요. 이 형체가 뭔지 아직은 잘 알 수 없어요. 다음 장의 오른쪽 면에는 그 동그라미 안에 눈과 눈썹, 코와 입이 그려져 있네요. 사람 얼굴이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얼굴에서 한쪽 눈만 진하고 크게 그려져 있네요. 마치 멍든 눈처럼 말이지요. 왼쪽 면을 보니 "앗, 실수!"라고 적혀 있어요. 실수로 눈을 잘못 그린 거지요.

    이 책은 누군가가 사람의 모습을 그리는 과정을 잘게 나누어 담고 있어요. 한 장을 더 넘기자 이번에는 반대쪽 눈이 더 크게 그려져 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다른 쪽 눈을 더 크게 그리는 실수를 했네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어요. 실수를 만회하려고 다른 쪽 눈을 그리다가, 또다시 눈의 크기를 짝짝이로 그리게 된 거예요. 양쪽 눈 크기 맞추기부터 실수하는 것을 보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어린아이일 것 같아요. 이렇게 실수를 반복하다가는 얼굴 전체가 눈으로만 가득 차겠네요.

    그래서 이번엔 다른 방법으로 실수를 만회하기로 했나 봐요. 다음 장에서는 그리던 얼굴에 동그란 안경을 씌웠네요. 그러자 안 맞던 눈의 크기가 눈에 잘 띄지 않게 됐어요. 이제 얼굴 아래로 몸과 팔만 그리면 되겠네요.

    하지만 아이는 또 실수를 해요. 팔꿈치는 지나치게 뾰족하게, 목은 너무 길게 그린 거지요. 그러자 아이는 긴 목에 나풀나풀한 레이스와 쪼글쪼글 주름이 있는 장식을 그려 넣었어요. 현실감이 없었던 그림 속 소녀의 팔꿈치에도 옷을 입힌 것처럼 장식을 추가했고요. 실수가 모두 훌륭하게 감춰졌네요.

    그런데 이번엔 그림의 구도에 문제가 생겼네요. 땅과 소녀의 발 사이가 너무 많이 떨어져 있던 거예요. 아이는 그림 속 소녀의 발에 롤러스케이트를 그려 넣어요. 이것은 원래 그릴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죠. 사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는 그림 속 소녀에게 안경을 씌울 계획도, 장식이 화려한 옷을 입혀줄 계획도 없었죠.

    이 책 말미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어요. "보이나요? 이런저런 실수들이 아이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말이에요." 그림에 능숙하지 않은 아이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계속 실수를 했지만, 그 실수를 만회하려 많은 고민을 했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어요. 그리고 결국 그림을 완성해낸 거지요.

    이 책은 계획을 짜고 그 계획을 완벽하게 완수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수를 해도 그 실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주고 있어요. "실수는 시작이기도 해요"라는 책의 마지막 문장이 울림 있게 다가오네요.
    기고자 : 김성신 출판평론가
    본문자수 : 140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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