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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면서 그린 내 그림, 청와대 전시회에 걸려요"

    정상혁 기자

    발행일 : 2022.08.18 / 사람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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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장애 화가 김현우씨, 31일 청와대 첫 미술전 참가

    발달장애 화가 김현우(27)씨는 요새 '대통령의 원픽 화가'로 불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손수 그림을 골라 서초동 자택과 용산 집무실에 걸어놓고 또 집무실에 초청까지 하면서 이름값이 단박에 전국구로 발돋움했다. 청와대 내부 개방 후 최초로 열리는 미술 전시(장애예술인특별전)에도 참가한다. 31일 개막하는 전시는 청와대의 문화적 변신을 상징하는 첫 신호탄이다. 김씨는 "장애 화가들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인터뷰 자리에 양친이 배석했다.

    새벽 4시 50분 기상해 밤 11시 30분에 잠들기까지 김씨는 휴대폰에 알람을 46개 설정해놓고 규칙적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번 청와대 전시에 출품하는 '나, 여기, 춤' 역시 이 과정에서 나왔다. "캔버스 앞에서 춤추면서 그린 그림"이라고 했다. 몸의 리듬에 맞게 즉흥으로 그어댄 분방한 붓질이 춤추듯 화면에서 일렁인다. "자유로운 기분이 느껴져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아이들 뛰노는 소리, 선풍기 돌아가는 풍경 등 일상의 모든 장면을 김씨는 소재로 삼는다.

    특히 '수학 드로잉' 연작이 유명하다. 고교 시절 수학 시간에 선생님이 칠판에 써 내려가던 공식, 그러나 결코 이해할 수 없던 알쏭달쏭한 숫자와 부호를 캔버스에 옮긴 작품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 인생과 닮아 있다. 일반 고교 졸업 후 강남장애인복지관에 들어갔다. 직업 적응 훈련반에서 양말 포장 등을 배웠으나 서툴고 고됐다. 우연히 그림을 접하고 웃음을 되찾았다. 2011년 데뷔해 2017년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로 선정되며 본격 화업을 이어갔다. 작업실에 찾아와 손수 캔버스를 짜주던 선배 화가(최선)의 조용한 도움도 있었다. 그렇게 지난 4년간 개인전만 11회, 11월에도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 자택과 집무실에 걸린 그림도 '수학 드로잉'이다. "TV에 내 그림이 나올 때마다 무척 신기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는 작년 5월 서울 신한갤러리 개인전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는 전직 검찰총장 신분이었다. 1시간 동안 작품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보고는 제작 과정과 그림 그리는 순서, 순서의 의도까지 물어봤다고 한다. "그런 관람객은 처음이었다"고 김씨의 모친은 말했다. "그림 속 음표를 실제 음악으로 만들어 전시장에서 감상토록 해놨는데 헤드셋을 끼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더라"고도 했다. 전시장 방문 며칠 뒤 윤 대통령으로부터 그림을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 덕에 몸값이 뛰고 구매 문의도 부쩍 늘었지만 사적으로 그림을 팔지는 않았다고 했다. "단시간에 유명해졌는데 너무 들떠 가벼워지면 안 될 것 같아서"라고 부친이 말했다.

    첫 번째 청와대 전시를 앞둔 화가의 소감은 의외로 "슬프다"였다. 청와대 변신이 진영 논리의 전장으로 비화되면서 관련 뉴스마다 빗발치던 부정적 댓글 때문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내 그림을 봐주면 좋을 것 같다"고 김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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