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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아빠 바지' 시대가 왔다

    최보윤 기자

    발행일 : 2022.08.18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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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니여 안녕… 통 넓은 옷 대세

    요즘 서울 청담동이나 압구정동, 이태원 등지를 가면 종종 듣는 말이 있다. "지금이 1990년대 말이야?" 1990년대부터 2000년대를 풍미한 힙합 스타일이 넘실대기 때문이다. 과거 '바닥 청소하고 다닌다'는 핀잔 좀 들었던 통이 큰 배기(baggy·헐렁한) 바지는 기본. 찢어진 청바지, 엉덩이가 드러날 것 같은 쇼트 팬츠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배꼽티나 스포츠구단 이름이 새겨진 민소매 티셔츠를 맞춰 입기도 한다. 같은 색이든, 조금 채도를 달리하든 위아래 모두 데님 소재 옷으로 맞춰 입는 '청청 패션'도 자주 볼 수 있다.

    일명 '아빠 바지' 시대가 왔다. 말 그대로 아빠 옷을 빌려 입은 듯 통 큰 바지 스타일을 말한다. 10여 년 전부터 유행한 몸에 꼭 붙는 스키니진은 '엄마 바지'로 불리며 외면당하는 신세가 됐다.

    '아빠 바지' 혹은 '남친 바지(보이프렌드 팬츠)' 스타일도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과거 Y2K(2000년도) 패션 혹은 세기말 패션이라 불리며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젊은 층을 사로잡은 바 있다. 허리선이 낮은 바지에 커다란 벨트를 하고, '인간 빗자루'가 되지 않기 위해 바지 끝을 핀이나 압정으로 신발에 고정하기도 했다. 여기에 앞머리를 얇게 내려 얼굴이 작게 보이게 하는 일명 '더듬이 머리'나 부분 염색(블리치)까지 갖추면 완벽! 1세대 아이돌로 불린 SES, 핑클, 젝스키스 등이 자주 하던 패션이다.

    30대 중·후반 이상에겐 흑역사로 꼽혔고, '탑골 패션'으로 불렸던 그때 그 스타일이 20년을 지나 젊은 층이 가장 선호하는 패션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역대급 신인으로 불리는 뉴진스(NewJeans)가 선보이는 스타일이 대표적. 5명 전원 10대로, 2000년대를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커다란 통바지에 꼭 맞는 티셔츠를 위주로 스포츠풍 의상도 자주 소화한다. 마치 미국 고교 치어리더 대회에 나가는 모습 같다. 뉴진스를 탄생시킨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매일 찾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진(Jean·청바지)에서 그룹명을 착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발음상 뉴진스(New Genes)를 연상시켜, 이름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포부도 있다.

    패션은 돌고 돈다지만 특히 불안감과 희망이 공존했던 세기말 세태가 코로나 시국과 비슷하다는 평. 코로나 유행 시절에는 넉넉한 스타일의 의상이 패션계를 지배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 기간 과거 콘텐츠를 보며 위로와 위안을 얻은 것이 Z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패션지 로피시엘은 "코로나 기간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특히 향수(鄕愁·nostalgia) 문화에 기댔는데 Z세대에겐 새롭고 세련돼 보였다"면서 "틱톡 같은 소셜 미디어앱을 통해 Y2K 패션 스타일이 빠르게 번졌다"고 평했다. 25년 만에 재결합해 선보인 미국의 유명 시트콤 '프렌즈'의 경우 요즘 세대에겐 패션의 교본으로 불릴 정도다. 코로나 기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미국서 한때 파산 보호 신청까지 해야 했던 '고급 청바지 대명사' 디젤의 경우 올 들어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급부상했다. 넉넉하고 편안한 디자인을 대거 선보인 덕이다. 패션 홍보·컨설팅 비엔비엔 이자영 대표는 "청바지부터 면바지, 트레이닝복까지 일명 '아빠 바지' 스타일은 계속 인기를 얻을 전망"이라면서 "특히 가을·겨울엔 통 큰 면바지에 주머니가 많이 달린 카고 팬츠 스타일과 밑단이 넓은 나팔바지까지 스타일까지 대거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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