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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룸서비스 왔어요" 로봇이 노크했다

    이벌찬 기자

    발행일 : 2022.08.18 / 종합 A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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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빙·안내·체크아웃까지… 로봇 호텔리어 시대 확산

    지난 1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리조트. 호텔동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 모인 투숙객들 뒤로 높이 1.3m 배송 로봇(LG클로이 서브봇 서랍형)이 줄을 섰다. 로봇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로봇이 타는 자리'라고 표시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로봇은 엘리베이터와 무선으로 통신해 가고자 하는 층 버튼을 눌렀다.

    곤지암 리조트는 지난달까지 LG전자 서비스 로봇 5종 총 7대를 도입했다. 숙소동 로비에는 자율 주행하며 길을 알려주는 안내 로봇(LG클로이 가이드봇), 대화로 주요 시설을 알려주는 인공지능(AI) 안내 데스크(LG전자 AI컨시어지), 투숙객 차량 등록과 체크아웃을 돕는 미니 로봇(LG클로이 홈로봇)이 상주한다. 레스토랑에선 서빙 로봇(LG클로이 서브봇 선반형)이 테이블마다 음식을 배달한다. 리조트업계 관계자는 "리조트 특성상 공간은 넓고 응대 고객은 많은데 로봇들은 쉼 없이 움직이며 24시간 일한다"며 "로봇 7대가 직원 20여 명 몫을 한다"고 말했다.

    국내 호텔과 리조트에 '로봇 호텔리어'가 본격 투입되고 있다. 본지가 국내 호텔·리조트의 서비스용 로봇 도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서비스 로봇을 도입했거나 도입하는 호텔은 최소 36곳으로, 전년(12곳)의 3배에 달한다. 아직은 전국 약 2000곳 가운데 2% 수준이지만, 증가세가 가파르다. 호텔업에 종사하는 직원은 빠르게 줄어드는데 그 빈자리를 로봇이 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도 올해 말 호텔용 로봇 출시

    호텔에서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로봇은 배송 로봇이다. 고객이 스마트폰 앱 등으로 비품이나 식품을 주문하면 로봇이 객실까지 물건을 배달해준다. 투숙객은 늦은 밤에도 눈치 보지 않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호텔은 야근자를 줄일 수 있다. 객실 초인종이 없는 서울 명동 헨나 호텔에서는 작년 8월부터 로봇전문 업체 로보티즈가 만든 팔 달린 로봇 '집개미'가 객실 문을 노크하며 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의 호텔에 투입한 KT·현대로보틱스의 배송 로봇 '엔봇'은 직전 모델보다 적재함은 50% 늘리고 이동 속도는 40% 높였다.

    호텔 레스토랑과 주방에도 로봇 직원이 늘었다. 곤지암 리조트의 뷔페 식당은 좌석 260석의 그릇 수거를 서빙 로봇 한 대가 맡아서 한다. 작년 8월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 투입된 SK텔레콤의 서빙 로봇 '서빙고'는 호텔 식당과 로비를 돌아다니며 고객이 주문한 음식과 요청한 물품을 전달한다. 요리·커피 제조 로봇도 호텔에 곧 투입될 예정이다. 일정한 동작으로 식품을 제조하기 때문에 맛이 균일하고 제조 속도도 빠르다. LG전자가 작년 1월 출시한 바리스타봇은 한국커피협회에서 로봇 브루잉 마스터 자격증을 땄다.

    호텔 로봇 시장이 커지자 기업들도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호텔용 서비스 로봇을 제작·운영하는 대표 업체들은 LG전자, 로보티즈, KT, SK텔레콤, 현대자동차 5곳이다. 현대차는 올해 호텔용 로봇을 처음으로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로보티즈는 올해 호텔 20곳과 로봇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LG전자와 KT는 17일 서비스 로봇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삼성전자도 서비스 로봇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호텔은 서비스 로봇의 테스트베드"

    로봇업계에서는 호텔이 서비스 로봇 산업의 최고 시험장이라고 말한다. 한 달 대여료가 1대당 60만~80만원으로 고가인 서비스 로봇 특성상 서비스 대상이 많고 사용 면적이 넓은 호텔이 투입 효과를 측정하기에 최적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호텔에서 로봇 한 대가 최소 2~3명 몫을 한다고 본다. 방역 로봇은 밤늦은 시간 혼자서 복도와 시설 살균을 할 수 있고, 배송 로봇은 호텔 야간 근무자 한 명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로봇 호텔리어가 투입된 호텔에서는 투숙객들이 로봇을 배려하는 문화도 정착되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선 로봇에 자리를 비켜주고, 뷔페 식당에서는 로봇의 선반에 빈 그릇을 담아주는 것이 매너로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호텔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로봇과 공존하는 실험이 시작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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