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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해파리 사진 신고 웹'

"국내 모든 해역에 해파리 감시 요원을 배치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국가 행정이 일일이 챙기지 못하는 빈틈을 국민 참여를 통해 메운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임태호 해양수산부 수산자원정책과장은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의 '해파리 신고 웹'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 웹은 어류나 인체에 피해를 주는 해파리 실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피서객이건 어민이건 상관없이 국민 누구나 해파리떼 사진을 찍어 웹사이트(https://www.nifs.go.kr/m_jelly /index.do)에 올리면 자동으로 위치정보와 함께 사진이 전송된다. 이 웹이 도입된 첫해 2019년 60건에 불과했던 신고 건수는 2020년 660건, 2021년 1523건으로 훌쩍 뛰었다.

'해파리 신고 웹'이 만들어진 것은 역설적으로 담당 공무원과 조직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해파리를 전담하는 공무원은 수과원 기후변화연구과 김경연 연구사 단 한 명뿐이다. 그는 18년 동안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해파리를 연구했고, 지난 2018년 수과원으로 옮겼다. 20년 넘게 해파리에만 매진한 '해파리 전문가'지만, 혼자서 전국 해역 상황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와 수과원 연구자들은 전임자들이 개발해놓은 '해파리 신고 앱'의 장점을 살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웹'으로 바꿨다. 바다를 이용하는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해파리 감시꾼으로 만든 것이다.

작년에 신고가 급증한 것은 신고자에게 답례품으로 '해파리 무드등(해파리 모양 조명등)'을 준 효과가 컸다. 2020년 제주 신혼여행을 갔다가 해파리에 쏘인 한 신혼부부가 신고 웹에 해파리 사진을 찍어 보냈다가 해파리 무드등을 받은 사연이 소셜 미디어를 타고 퍼졌다. 김 연구사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자 무드등을 따로 살 수 있는지 수과원에 연락이 올 정도였다"고 했다. 이듬해 신고 웹에 사진을 보낸 150명에게 해파리 무드등을 감사 표시로 줬다. 올해도 해파리 출몰이 잦은 7~8월에 신고한 400명(매달 200명)에게 선착순으로 무드등을 지급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해파리 모니터링 요원'도 뽑는다. 해파리에 관심 있는 국민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활동하면서 신고 웹에 수시로 사진을 찍어 올리면 된다. 해변이 가까운 지역 주민, 어업인 등이 많이 지원한다.

강원 속초의 한 스쿠버다이빙 업체에서 일하는 홍현아(31)씨는 지난해 페이스북에서 모집 글을 보고 모니터링 요원에 지원했다. 해파리를 보는 대로 한 달에 서너 번가량 신고 웹에 사진을 찍어 올린다. 홍씨는 "생각보다 우리나라에 해파리가 정말 많다"고 했다. 강원 동해 묵호항 인근에서 어업 활동을 하는 유시창(59) 선장은 이달 초 홍게를 잡기 위해 던졌던 그물을 끌어올렸다가 계란·콩알 만한 해파리 수천 마리가 어망에 달라붙어 득시글대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곧바로 사진을 찍어 수과원에 보냈다.

국민 참여로 '해파리 데이터베이스'에 자료가 쌓이고 있다. 작년 5월 제주 해역에서 작은부레관해파리가 발견됐다. 맹독성으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수과원은 신고 덕분에 작은부레관해파리가 7월에는 부산, 8월에는 강원 해역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했다. 제주에서 강원 해역까지 작은부레관해파리의 이동 경로와 이에 걸리는 시간을 파악한 것이다. 앞으로 제주에서 작은부레관해파리가 보이면 두어 달 앞서 부산·강원 지역에 주의를 내릴 수 있다. 맹독성 해파리에 대한 신고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지자체가 미리 해수욕장을 폐쇄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 13일 강원 삼척해수욕장에서 피서객 42명이 노무라입깃해파리에 쏘이는 등 이달 들어 해파리 쏘임 사고가 급증하자 해수부와 수과원은 "꼭 신고해달라"고 홍보하고 있다. 노무라입깃해파리 출현율은 지난달 21일 29.6%에서 지난 11일 44.3%로 늘었다. 해수부와 수과원은 지난달 27일 부산·울산·경북·강원 전체 해역에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 특보를 내린 상태다.

[그래픽] 해리피 웹 신고 건수 / 최근 노무라입깃해파리 출현율 기고자 :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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