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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맛과 섬] (107) 제주 고사리육개장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발행일 : 2022.08.17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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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서는 제물로 반드시 옥돔·흑돼지와 함께 고사리를 준비한다. 고사리는 순이 연할 때 꺾어서 말려야 하기에 봄철을 넘기면 구할 수 없다. 해안 마을이 마을 어장을 가지고 있듯이 중산간 마을은 마을 고사리밭을 가지고 있다. 매년 4월 중순에서 5월 중순까지 한 달간 부녀회를 중심으로 고사리 울력을 한다. 이렇게 채취한 고사리는 삶아서 말린 후 판매해 부녀회 기금을 마련한다. 이 무렵이면 제주 오일장에는 알록달록 큼지막한 주머니가 달린 '고사리 앞치마'가 인기다.

    이 시기에 오는 비를 '고사리 장마'라고 한다. 고사리는 꺾고 돌아서면 자란다고 할 정도로 잘 자란다. 제철에 아홉 차례나 꺾을 수 있을 만큼 잘 자라는 탓에 조상님에게 고사리 음식을 올려 후손의 번성을 기원하는 것이다. 조상들이 음식을 고사리전에 싸고 고사리로 묶어 가져간다고 믿는다. 이 고사리전을 '보따리'라 부른다. 제주 고사리는 숲에 자라는 흑고사리(먹고사리)와 볕에 자라는 백고사리(볕고사리에서 비롯된 말)로 구분한다. 흑고사리는 굵고 길지만, 백고사리는 가늘고 옅은 연두색이다. 왕에게 진상했다는 궐채(蕨菜)가 제주 흑고사리이다. 이 고사리를 두고 제주 사람들은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 했다. 말린 흑고사리는 소고기보다 비싸다.

    이렇게 귀한 고사리만 오롯이 사용해 제주 음식인 고사리육개장을 만드는 식당(낭푼밥상)이 있다. 이 식당은 봄철에 채취해 말린 제주 고사리와 제주 흑돼지, 제주 땅에서 재배한 메밀을 이용한다. 고사리와 흑돼지는 각각 뭉개지도록 삶아 으깨고 찢은 후 육수를 부어 다시 끓이면서 메밀 가루를 넣는다. 봄부터 품을 팔아야 차려낼 수 있는 귀한 고사리육개장이다. 여기에 제주 잔치 음식인 '괴기반(돼지고기 세 점, 두부, 수애)'을 더한 고사리육개장 정식도 있다. 괴기반은 제주 잔칫집에서 내놓은 음식이다.

    이렇게 제주 식재료만 가지고 제주 음식 문화를 이어가고 있는 이 식당은 2021년 세계 최고 음식점 50곳 중 한 곳으로 뽑히기도 했다. 궁궐에 보내고, 제사상에 올리던 제주 고사리가 여름 보양식은 물론 여행객을 위한 음식으로 변했다.
    기고자 :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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