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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아르키메데스

    서민영 함현고 역사 교사

    발행일 : 2022.08.17 / 특집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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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즈 메달 속 주인공… 지렛대 원리 발견하고 원주율 계산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한국계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지난달 5일 받았어요. 필즈상은 캐나다 수학자인 존 찰스 필즈(1863 ~1932) 토론토대 교수가 제안해 1932년 제정된 상입니다. 필즈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만5000캐나다달러(약 1500만원)와 메달이 수여되는데요.

    필즈상 메달 앞면에는 필즈 교수의 얼굴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의 얼굴이 새겨져 있습니다. 메달 뒷면에는 구(球)와 원뿔·원기둥에 대한 아르키메데스의 정리가 조각돼 있고요. 아르키메데스가 어떤 사람이었기에 수학계 최고 권위 상에 그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지 알아볼게요.

    목욕탕에서 밀도와 부피의 관계 밝혀내

    아르키메데스가 언제 태어났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기원전 287년쯤으로 추정됩니다. 그리스 시칠리아섬 시라쿠사에서 천문학자의 아들로 태어났지요. 그는 젊은 시절 고대 그리스 수학자인 유클리드의 제자 코논 밑에서 공부했어요. 유클리드는 도형과 공간의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인 기하학의 체계를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인데, 제자인 코논 역시 수학자였지요.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탕에서 밀도의 개념을 발견하고 "유레카(Eureka)!"를 외친 일화로도 유명한데요. 유레카란 그리스어로 '알았다' '발견했다'는 뜻이에요. 당시 시라쿠사 왕이었던 히에론 2세는 아르키메데스에게 "신전에 바칠 황금 왕관에 은이 섞여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이 무렵 세공사들이 귀금속에 들어간 금의 함량을 위조하는 일이 종종 있었거든요.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우연히 목욕탕에 들어갔다가 욕조 밖으로 흘러넘친 물을 보고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흘러넘친 물의 양이 물에 잠긴 몸의 부피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된 건데요. 금과 은은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무게일지라도 부피가 달라요. 즉, 왕관을 물에 넣었을 때 흘러넘치는 물의 양과 왕관과 동일한 무게의 순금을 물에 넣고 흘러넘치는 물의 양을 비교하면 되는 거였어요. 만약 왕관이 순금이라면, 물의 양은 동일하게 넘칠 테니 말이지요. 아르키메데스는 이 방법으로 왕관에 불순물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지요.

    과학적 원리를 수학적으로 설명

    아르키메데스는 과학적 원리를 수학적으로 설명한 학자로 유명한데요. 저서 '평면의 평형에 관하여'에서는 작은 힘으로도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지렛대의 원리(Law of leverage)'를 수학적으로 증명합니다.

    지렛대는 '힘점(힘이 가해지는 곳)''받침점(막대를 받치고 있는 지점)''작용점(물체에 힘이 작용하는 곳)'이 있는데 힘점과 받침점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받침점과 작용점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작용하는 힘이 커지게 돼요. 그는 "중심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무거운 물체도 들어 올릴 수 있다"며 왕 앞에서 "지구 밖에 내가 서 있을 자리를 달라. 그러면 지구라도 움직여 보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대요.

    그뿐만 아니라 아르키메데스는 현재 원주율 값인 3.14159…와 매우 가까운 수치까지 원주율을 구해냈어요. 자신만의 원주율 계산법을 개발해 원주율이 3.1408보다 크고 3.1429보다 작다는 범위까지 알아냈다고 해요. 이 원주율 계산법은 약 1500년간 전 세계에서 사용돼 원주율을 '아르키메데스의 상수'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또 그는 원뿔·구·원기둥 세 도형의 밑면의 넓이와 높이가 같다면, 부피의 비는 1:2:3이 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하기도 했지요. 이런 그의 연구는 수학의 한 분야인 미적분학의 탄생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투석기와 기중기 개발

    아르키메데스는 수학적 증명을 실제 기술에도 응용했어요. 지중해의 패권을 둘러싼 로마와 카르타고의 전쟁인 포에니 전쟁에서 그 능력이 빛을 발하는데요. 제2차 포에니 전쟁(기원전 218~기원전 201) 당시 로마가 그리스의 섬 시라쿠사를 공격하자 시라쿠사의 통치자들은 당시 최고의 기술자로 불리던 아르키메데스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 전쟁에서는 아르키메데스가 지렛대와 도르래의 원리를 응용해 개발한 투석기(投石器·돌을 성이나 적진으로 쏘아 던지던 것)와 기중기(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는 장비)가 사용되는데요. 고대 로마의 그리스인 철학자이자 저술가인 플루타르코스의 기록에 따르면, "육지의 보병에게는 돌을 빗발치듯 쏘아 보내고, 기중기로 군함을 매달아 올리고는 휘둘러 부쉈다"고 해요. 로마군에 상당한 타격을 준 거지요.

    거울을 이용해 로마군의 공격을 막아낸 일화도 유명합니다. 아르키메데스가 거울을 이용해 태양 빛을 반사시켜 로마 함대에 불을 붙이는 등 화공(火攻)을 퍼부었다는 거지요. 다만 실제 이런 방법으로 배에 불을 붙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1973년 그리스의 과학자 이오아니스 사카스가 청동을 입힌 거울 50개의 초점을 작은 배에 맞추고 햇빛을 반사시켜 2분 후 배에 불꽃이 솟아오르도록 해 가능성을 증명하기도 했어요.

    로마군은 이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결국 기원전 212년 시라쿠사를 함락시킵니다. 이때 아르키메데스도 75세를 일기로 사망하게 되는데요. 그의 죽음에 관한 일화에도 수학에 대한 열정이 드러납니다.

    함락 당시 아르키메데스는 모래에 도형을 그리며 계산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모래 위로 로마 병사의 그림자가 비쳤다고 해요. 그러자 아르키메데스는 "물러서라. 도형이 망가진다"며 소리를 질렀고, 화가 난 병사는 아르키메데스를 죽였다는 거지요. 다만 그의 죽음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說)이 있어요. 아르키메데스가 각종 수학 도구를 넣은 상자를 들고 걷고 있었는데, 로마 병사가 상자 안에 금이 들어 있는 줄 알고 이를 빼앗으려다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무엇이 진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도형에 대한 그의 애정만큼은 확실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유언으로 "내 묘비에 도형을 새겨달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로마의 지휘관이었던 마르켈루스 장군은 비록 적이었으나 아르키메데스의 실력에 경외심을 갖고 있던 터라 후하게 장례를 치러주고, 그의 유언에 따라 묘비에 원뿔과 구 등의 도형들을 새겨줬다고 합니다.
    기고자 : 서민영 함현고 역사 교사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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